“코로나19고 뭐고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최근 심폐소생술로 30대 여성의 목숨을 구한 홍혜연씨(44)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씨의 사연은 시민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귀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4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길거리에서 통화 중이던 A씨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연히 현장을 지나다 이를 본 홍씨는 엎드려 있는 A씨를 곧장 똑바로 눕혔다.
인근 학원에서 근무하는 박정선씨(26)도 이 모습을 보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거리로 뛰어 나와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홍씨와 박씨는 쉴 틈 없이 교대로 CPR을 이어갔다. 이들의 초동 대처 덕에 A씨는 119구급대가 도착한 뒤 응급조치를 받고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
A씨는 최근 건강을 회복해 지역 주민 커뮤니티에 홍씨와 박씨를 찾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지역 커뮤니티에 가입해있던 소방대원은 이 글을 보고 이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박씨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강의 중에 헐레벌떡 뛰어나왔다”며 “워터파크 아르바이트와 워크숍 때 배워둔 CPR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을 겪고 있는 시민들도 이같은 훈훈한 소식에 감동과 희망을 동시에 얻고 있다.
인천시민 한태용씨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해졌지만 따뜻한 마음만큼은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생명을 위해서 발벗고 나선 두 의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시민 이지영씨 역시 “길에 쓰러지신 사람이 내 자신이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응급조치를 해주신 분들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들의 용기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고 여타 시민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민세희씨는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도 이렇게 남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의인을 보면 작은 희망이 싹트는 것 같다”면서 “이런 훈훈한 소식이 더욱 많아져 코로나19도 극복하고 밝은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소방본부는 ‘골든타임 확보 기여 119신고자 포상제도’에 따라 이들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CPR로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하트세이버’로 추천할 계획이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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