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녹조(綠潮)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폭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녹조는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녹차 가루를 풀어놓은 듯 진한 녹색의 녹조는 흡사 잔디밭처럼 보인다.
녹조는 강이나 호수, 하천에 인이나 질소 같은 영양염류가 과다 공급됐을 때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녹조류가 대량 증식하는 현상이다. 강한 일사량과 높은 수온으로 여름철이면 녹조류가 크게 번식한다.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 녹조현상은 더 심화된다. 녹조가 지속될 경우 어패류와 수중생물이 죽고 악취가 나며, 그 수역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경기도내 곳곳에도 녹조현상이 심각하다. 강, 호수, 하천, 농수로, 아파트 실개천까지 녹색 페인트를 부은 것 같다.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운동공간인 저수지나 호수도 마찬가지다. 수원의 광교저수지와 서호, 의왕 왕송호수, 파주 운정호수, 용인 기흥호수 등 주민들이 즐겨찾는 곳들도 녹조현상과 악취가 발생해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지자체 등에서 녹조 저감을 위해 물순환 장비인 수면포기기(수차)를 가동하고, 녹조제거제를 살포하고 있다. 산소발생기나 수중펌프 등도 활용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진녹색으로 변한 물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유입된 영양염류를 흡수ㆍ제거하기 쉽지않고, 폭염으로 녹조가 끊임없이 발생해 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내 94개 저수지 중 41곳에서 지날달부터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본보 기자가 28일 녹조가 심각한 양주시 남면의 원당저수지를 찾았다. 짙은 녹색의 저수지 곳곳에 죽은 물고기가 부패해 둥둥 떠다니고 악취도 풍겼다. 농어촌공사에서 이미 녹조제거제를 살포했지만 효과가 2~3일 밖에 안가 녹조가 더욱 짙어졌다. 방제 작업을 계속 한다고 하지만 녹조제거제를 무작정 살포하기는 어렵다. 근본 해법도 아니다.
녹조를 막기 위해서는 생활하수를 충분히 정화하고 영양염류가 호수나 저수지 등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거나 강이나 호숫가에 식물을 심어 이미 유입된 영양염류를 흡수·제거해야 한다. 오염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수변구역 내 축사분뇨·폐수·오수 배출시설 지도·점검도 강화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폭염은 해마다 계속될 것이다. 미관은 물론 악취와 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하는 녹조현상에 대한 근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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