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진 장바구니…깊어지는 한숨

“계란 한 판을 사더라도 몇번을 고민하게 되네요”

3일 수원의 한 대형마트.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는 주부 A씨(58)는 계란 판매대 앞을 서성거리다 결국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후 청과코너에서는 아오리 사과 1개를 만지작거리다 가격표를 보고 결국 제자리에 올려뒀다. 가격은 1개에 5천980원. A씨는 “불과 몇 달 만에 가격이 이렇게 오르니까 예전처럼 맘 편히 장을 볼 수가 없다”며 “생각해보고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다음에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다 하반기 역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특히 계란이 57.0% 급등해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2억개가 넘는 계란을 수입하며 가격 안정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뚜렷한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사과(60.7%), 배(52.9%), 포도(14.1%) 등 과일과 돼지고기(9.9%), 국산 쇠고기(7.7%), 닭고기(7.5%) 등 고기류, 마늘(45.9%), 고춧가루(34.4%), 부추(12.2%), 미나리(11.7%)를 비롯한 각종 채소류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재료비 인상으로 이어지며 서비스 가격도 1.7% 올랐다. 이 중 개인서비스는 2.7% 올라 2018년 11월(2.8%)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해 2017년 8월(3.5%)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추석 연휴가 돌아오는 만큼 선제적으로 농축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최근 계란 가격에 이어 폭염 등으로 채소가격이 상승하는 등 농수산물 가격 오름세 압력이 크다”며 “모두 민생 직결 사안인 만큼 8월 내내 민생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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