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언론중재법’을 단독으로 개정하려 하고 있다. 허위 조작 보도와 가짜뉴스를 징벌하는 손해배상을 강화하고, 고의ㆍ중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책임을 언론사에 부과하며, ‘인터넷기사 열람차단청구권’ 등을 도입한 개정안을 지난달 27일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를 열어 일방 통과시켰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허위 조작 보도의 기준’이 애매해 권력과 정부에 반드시 필요한 비판 보도까지 징벌 손해를 남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언론은 표현의 자유와도 밀접하게 연계되고, 인권과 자유, 학문과 사상의 기초다. 나아가 무력을 대신해 권력 형성과 변동에서 주요 수단이다. 민주 공화체제를 지탱하는 본질인 언론, 그 관련법 개정은 어느 한 쪽의 관점을 초월해야 하기에 여당은 반드시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과 협의해 처리해야 한다. 또 여야는 정식으로 토론해 특히 쟁론을 야기하며 시간의 경과가 요구되고 번복이 발생할 수도 있는 허위 조작 보도와 가짜뉴스를 판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제시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기사도 언어이기에 작성과 독해에서 의견뿐 아니라 사실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근년 이래 정치 공방에서 객관 해석이나 심지어 재판 결과가 출현해도 여전히 당리당략이 개입된 해석을 견지하는 사례들이 있다. 여당의 이번 개정안은 그 고질을 해소할 규범이기보다는 오히려 분쟁을 확대할 수 있어 계속 일방 강행한다면 오해가 더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정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거쳐야 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말썽 많은 이른바 검찰개혁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우리 역사에도 해석의 여지를 당쟁에서 악용한 사례가 많다. 1689년 기사환국 당시 인현왕후가 폐출 돼 민간 사가에 방치됐다. 잡인들이 담 너머서 엿보며 기웃거려도 폐비를 두호하는 어떠한 언론도 역률로 처리하겠다는 숙종의 단호한 기세에 노론 포함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리(主理) 성리학자이기도 한 갈암(葛庵) 이현일이 ‘전일의 왕비를 별궁에 거처케 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상소하면서 “爲設防衛, 謹其糾禁(경비를 세워 잡인 접근 금지와 보호를 정중히 해야 합니다)”이라고 했다. 1694년 갑술환국 이후 노론은 그 구절을 왕비를 모해한 불온한 의도의 말이라고 해석하며 갈암을 명의죄인으로 규정했다. 그 구절은 전후에 한 광무제와 송 인종이 폐출한 황후를 대우한 고사와 양식과 땔감도 지원해야 한다는 건의도 병렬돼 있어 문맥으로도 예우의 의도가 분명하였다. 하지만 노론은 그 해석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망국 직전인 1908년까지 갈암을 국가의 죄적(罪籍)에 유폐했다. 정적 남인의 대두를 대대로 견제하고 성리학의 다른 해석을 집요하게 부정하는 장치였다. 대선 정국 초입부터 그 비슷한 비열한 정략의 해석들이 국민의 이목을 어지럽히고 있다.
김승종 연성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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