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삼촌 리더십’으로 대표팀 이끌며 신화 일궈…2회 연속 국제연맹 최우수지도자 선정도
“사상 첫 메달을 따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끼지만 바랬던 금메달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 올림픽서는 더 큰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전웅태(26ㆍ광주광역시청)가 종목 올림픽 출전 57년 역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내고 시상대에 오른 순간, 경기장 한켠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친 최은종 국가대표팀 감독(53ㆍ경기도청)은 만감이 교차했다.
11일 오후 만난 최 감독은 “내심 금메달을 목표로 했었는데 아쉬웠다. 또한 첫 메달을 일궜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4위로 메달을 놓친 (정)진화에 대한 미안함과 4월 월드컵시리즈 참가 후 코로나19 확진을 딛고 역대 최고 성적을 내준 여자 선수들과 코치들에 대한 고마움에 짧은 시간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난 100년 동안 유럽국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근대5종서 한국선수 최초의 메달리스트를 키워낸 숨은 공로자다.
최 감독은 “5년전 리우 때는 첫 올림픽 참가라서 두려움도 많았고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많이 미숙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준비서부터 현지에서의 선수관리와 훈련스케쥴 등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면서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에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실을 맺어준 것은 평소 선수ㆍ지도자간 신뢰 구축과 인성을 우선으로 하고, 다음으로 운동을 강조했는데 모두 잘 따라줬다”면서 “정말 좋은 선수들을 만난 나는 행복한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감독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항저우아시안게임서 사상 첫 남녀 동반 우승을 이끌고 싶다. 그 이상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표팀 감독을 겸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경기도와 근대5종 대표팀의 훈련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국군체육부대에 감사드린다”며 “체육부대는 우리에겐 제2 선수촌과 같다. 아마도 요즘같은 코로나19 시대에 부대의 배려가 없었다면 메달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수들과 함께 뛰며 지도하는 ‘삼촌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7년동안 이끈 최은종 감독은 지난 2015년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이어 2017 이집트 세계선수권서 정진화(LH)의 한국선수 첫 개인전 금메달, 2018 월드컵 3차대회 김선우(경기도청)의 여자 첫 개인전 동메달, 2018 월드컵 파이널 남자 첫 개인전 정진화ㆍ전웅태의 금ㆍ은메달 석권 등 한국 근대5종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지도력으로 아시아 국가 지도자 최초로 2017년과 2018년 2회 연속 국제근대5종연맹(UIPM) 선정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근대5종은 유럽과 한국의 경쟁 구도가 됐다”는 최 감독은 “유럽 선수들의 훈련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낫지만 이번 메달 획득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선학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