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시민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2일 오후 2시 팔달구 한독병원 장례식장.
5일 전 수원역 인근 오래된 여관 객실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A씨(56)의 장례식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는 가족, 지인 등 연고자의 시신 인수 거부로 마지막 길마저 혼자 떠날 처지였다.
그러나 고인의 마지막 길만큼은 혼자가 아니었다.
수원시가 지난달 수원시 기독교연합회ㆍ불교연합회, 천주교 수원교구, 원불교 경인교구와 ‘공영장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처음으로 장례식이 열린 것이다.
김동주 원불교 경인교구 교무는 이 자리에서 A씨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원하며 ‘천도법문’, ‘축원문’ 등을 낭독했다. A씨는 종교가 확인되지 않아 올해 3분기 추모의식을 담당하는 원불교가 그를 추모했다.
수원시 위생정책과 직원 등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헌화와 분양을 했다.
이처럼 연고자의 시신 인수 거부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사망자에 대해 수원시는 수의ㆍ관 등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ㆍ영정사진 등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종교단체는 추모의식을 맡는다.
종교단체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수원시가 전국 유일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살아있을 때 겪었던 가난과 고독이 죽음 후에도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문화가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며 “수원시의 공영장례가 하나의 장례문화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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