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明匠)이 뭔가. 특정 분야 전문가다. 최고 경지 달인이다. 당사자엔 더없는 영광이다. 경제적 가치도 적지 않다. 소비자에겐 신뢰의 상징이다. 명장을 믿고 기꺼이 소비한다. 여기엔 당연한 조건이 붙는다. 흔하면 안 된다. 희소성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너도나도 명장이라 부르는 분야가 있다. 제과 제빵 업계다. 본보가 이 문제를 들여다봤다. 중구난방이다. 한 마디로 난장판이다. 저마다 명장이라면서 장사한다.
광명시 한 지역을 갔다. 길을 사이에 두고 빵집이 둘 있다. 두 곳 다 명장이란 호칭을 걸고 있다. 확인했더니 한 곳은 대한민국이 인정한 명장 맞았다. 다른 곳은 어떤 공적 기관에서도 인정한 바 없는 명장이다.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답이 당당하다. “명장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사용 가능하다… 법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아무런 문제 없다.” 그래서일까, 도처에 명장 빵집이다. 너도나도 ‘명장이 만드는 빵’이다.
공식 제과 명장이 엄연히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제과명장이다. 14명이다. 이 중 6명이 경기도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한다. 또 다른 공적 인증 절차도 있다. 지자체가 선정하고 지원한다. 이름은 명장, 명인, 장인으로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엄격한 선정 절차와 특별한 명예 부여는 같다. 경기도도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식 명장은 여기까지다. 이런 명칭을 자기들 멋대로 쓰는 것이다. 황당한 일도 있다.
돈을 거래한다. 취재진이 확인한 예를 보자. 한 사단법인이 명장, 명인 호칭을 주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 기술인을 양성한다는 홍보를 한다. ‘맞춤 컨설팅으로 성공을 보장한다’고 설명한다. 평균 600만원의 비용을 받는다. 그리고 내주는 것이 ‘명장’ 또는 ‘명인’ 호칭이다. 변명은 그럴듯하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란다. 도대체 무슨 소린가. 한식의 세계화와 ‘명장’ 판매가 무슨 상관인가. 최다 배출 기록이라도 노리나.
이거 심각하다. 대책 내야 한다. 정리해야 한다. 못할 거면 명장 제도 통째로 없애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게 말이 되나. ‘명장’에 대한 정의가 있다. 임명하는 기관이 있다. 각 기관의 선정 기준이 있다. 이걸 다 위반한 ‘유사 명장’들이다. 법이 제어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안 해서 그런 거다. 이제 소송으로 가라.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소송해라. 소비자 단체가 해도 좋다. 명예 침해, 신뢰 상실 등 보호해야 할 법익은 많다.
집단 소송이 복잡할까 봐 그러나. 그러면 몇 개 빵집 골라 개별적으로 해라. 이게 명장 제도를 만든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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