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르신들이 피와 땀으로 건설한 모습들이잖아요. 그분들께 관심을 쏟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달 남양주시복지재단과 협약을 맺고 관내 보훈대상자를 위한 제과제빵 정기후원을 약속한 모녀가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베이커리 ‘쁘왈란’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양미경(56)ㆍ조현지(30) 모녀가 그 주인공.
두 모녀는 재단과 협약을 계기로 남양주시보훈회관을 통해 매주 3일 관내 보훈대상자들에게 자체적으로 만든 제과제빵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수혜자들의 생신일에는 당일 아침 제조한 신선한 케익도 전달한다.
양 대표는 “우리가 만든 빵으로 조금이나마 달콤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를 결정했다”며 “생신 케익은 오늘을 일궈낸 영웅이면서도 외롭게 사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생신 만큼은 꼭 챙겨드리자고 결심해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모녀는 4년 전 빵집 운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르신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했고, 남양주노인복지회관과 희망케어센터의 소개를 받아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매일 새롭게 제조한 유기농 빵을 제공해오고 있다.
양 대표가 어르신과 보훈대상자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 양재도 씨가 과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국가유공자였던 것.
양 대표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어딜 가시든 항상 베레모를 쓰고, 군 뱃지를 달고 다니셨다. 그만큼 자부심이 크셨다”며 “과거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창피했지만, 스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라에서 예우해 주는 모습을 보고 뒤늦게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가유공자인 아버지 덕에 가족(자녀)들이 등록금 지원 등 국가로부터 상대적인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유공자 가족이니 혜택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받은 만큼 능력되는 대로 주변 이웃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9월부터 지역의 특수학교 장애인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실습도 진행할 계획이다.
딸 현지 씨는 “장애인들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습 기회가 있어야 취직이 되는데 대부분 커피숍에서 손님들 눈치에 장애인들을 꺼리고 있다는 사연을 듣고 실습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모녀는 “금전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지역사회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을 발굴하고 시행해 차별없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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