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게 외출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막막하네요"
20일 오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미군 부대(캠프 험프리스) 정문 앞 로데오거리. 군복을 입은 열댓 명의 주한미군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만 보일 뿐 상권 일대는 조용했다. 다닥다닥 붙은 상점에는 손님 없이 허탈한 표정의 주인들만 출입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15년째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희씨(60ㆍ여)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6월 주한미군 사령부와 유엔군 사령부가 캠프 험프리스로 각각 이전하면서 미군이 급격히 늘어 침체한 경기가 되살아나는 듯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졌고, 최근 재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면서 관광객에 이어 백신 접종을 마친 주한미군까지 외출을 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부대 밖을 나오면 미군들은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며 “이를 의식한 탓인지 외출을 꺼리면서 상권이 다시 침체기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파병 온 주한미군 애덤 스미스(22ㆍ노스캐롤라이나 거주)는 “인원수 규제 등 한국의 코로나 방역 수칙을 귀찮아하는 동료가 많다”면서 “그래서 다들 외출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군 부대인 평택시 신장동 K-55(오산공군기지) 일대 상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곳 역시 단골손님인 주한미군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였다. 당연히 장사도 안돼 다수의 상인은 평균 300만원대의 임대료마저도 부담하기 벅차다고 토로했다.
케밥 전문점을 운영 중인 사하만 카노바(45ㆍ이란)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월매출이 30~40% 감소했다”며 “월세와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10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지 가족들과 고민 중”이라고 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송탄관광특구(K-55)’에 이어 캠프 험프리스 일대에도 관광특구를 지정하기 위한 전담반을 가동 중”이라며 “코로나19가 완화되면 다양한 축제를 열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평택시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9만2천246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캠프 험프리스에는 8만5천명, K-55(오산공군기지)는 7천246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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