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기 품은 시골 이발소 이발사 이동희씨

양평 지평면서 36년간 이발봉사…서울서도 찾아와

이동희 이발사

“이발소가 쇠퇴하고 있지만 멀리서도 단골이 찾아옵니다. 어려움을 겪은 친구라 그런지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압니다. 봉사도 많이 하고 진솔한 동네 후배지요”

양평군 지평면 지평리 지평중학교 맞은편 ‘동명 이용원’에서 이발과 면도, 염색을 마친 한 손님이 던진 주인장 이동희(63) 이발사에 대한 자랑이다.

동명 이용원은 양평 읍내에서 차량으로 25분을 달려가야 하는 지평면 면소재지에 자리 잡고 있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발소다.

26.9㎡ 남짓한 이발소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빛바랜 이발 의자 2개가 옛 정취를 자아낸다. 가격표 위에는 농촌 활력증진을 통해 국가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12월4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여한 표창장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이동희 이발사는 20대 후반이던 1985년 고향에 내려와 이용원을 열었다.

37년이 지난 현재 이곳을 찾는 손님은 하루 10여 명 가량이다. 이들 가운데는 서울, 부산 등 외지에서서도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단골손님이자 지평면 고향 선배인 김홍섭 씨(64)는 “서울에서 2주마다 한 번씩 이발소를 찾는다. 부산에 살 때도 이 곳으로 이발을 하러왔다”며 “30년 넘게 이 곳만 찾는 단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곳은 사람의 얼굴과 머리 형상을 보고 맞춤옷을 하듯이 스타일을 만들어줘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열여섯 살 때 서울 왕십리의 한 이발소에서 기술을 익힌 이동희 이발사는 45년 세월을 가위와 함께 해 왔다.

고향에 내려와서는 37년간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한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시설과 노인시설을 찾아 머리를 깎아주며 재능을 나누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봉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결핵요양원 등을 찾아다니는 그를 보고 ‘그 시간에 돈이나 벌지’하는 주위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기도 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엔 적십자 지평면 무궁화봉사회에서 노인들에게 반찬나눔 봉사도 하고 있다.

남에게 자랑할 만도 하건만 자신의 선행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부끄러운 듯 연신 손사레를 쳤다.

그런데도 자식 얘기가 나오자 금새 팔불출이 되고 만다. 서른한 살이 된 딸은 서울 모 방송국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힘들지만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며 “살아온 과정이 쉽고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울 것 없이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했다.

양평=황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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