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그땐 그랬지’ 1930~70년대 시골 장터, 경기소리에 담기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국악 공연 '장날, 장구경가세'가 진행됐다. 경기향토소리보존회 제공

머리가 희끗희끗한 관객부터 눈이 침침해 돋보기를 가져온 관객, 귀에 보청기를 낀 관객까지 모두 어깨를 들썩이고 흥얼거렸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무대를 보겠다는 듯 의자 등받이를 포기한 채 한껏 몸을 앞으로 기울이기도 했다. 경기아트센터가 2021년 공연예술활성화사업의 9번째 무대로 지원한 <장날, 장구경가세> 공연 모습이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장날, 장구경가세>는 1930년~1970년대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장터에서 장날에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담았다. 따뜻했던 그때 그 시절의 정취와 희로애락을 경기소리와 민요, 전통가요를 접목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경기향토소리보존회의 가락과 국립국악원 민속악단ㆍ경기팝스앙상블의 연주가 합을 이뤘다.

공연은 ‘1968년 2월20일 대한필름’이 만든 영상으로 시작됐다. 가채를 쓴 기생이나 교련복을 입은 학생 등을 통해 옛 시대를 보여줬다. 이어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서울에 사는 감초할머니가 한강을 건너 수원 지동시장에 장사하러 오면서 이런저런 사람과 만나 ‘화류춘몽’, ‘아리랑 봄맞이’, ‘한강수타령’ 등을 함께 노래했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국악 공연 '장날, 장구경가세'가 진행됐다. 경기향토소리보존회 제공

이윽고 장날이 열린다. 소쿠리에 각종 채소를 둔 장사꾼과 흥정을 하는 손님들 사이로 약장수가 찾아와 “이 약 한 번 잡숴” 보라며 ‘사발가’를 불렀다. 어른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에 관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무대 위 출연진과 무대 아래 관객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색다르고 유쾌한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서울 신여성, 선술집 색시들이 아카시아 숲 속을 향하는 ‘꽃마차’를 타고 ‘오빠는 풍각쟁이’라 꼬집는 에피소드 등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연주단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가야금, 장구, 피리가 피아노, 베이스기타, 드럼을 만나 화려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김권식 음악감독(현 아리랑예술단 단장ㆍ경기도립 팝스오케스트라 리듬앙상블 악단장)이 “꼬부랑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전자바이올린을 들고 현란한 팝송 연주를 선보이자 휘파람과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공연장에는 조부모 혹은 부모와 찾아온 어린 관객도 많았는데 이들 역시 크게 호응하며 무대를 즐겼다. “신작로에 소나기가 내리면 번지던 흙 냄새”라던 대사처럼 우리네 옛 모습과 소리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온 여름밤이었다. 누군가는 그리운 추억에 젖고, 누군가는 새로운 기억에 빠지는 공연 <장날, 장구경가세>였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국악 공연 '장날, 장구경가세'가 진행됐다. 경기향토소리보존회 제공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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