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잊지 않고 꼭 기억할게…다시는 괴롭힘에 아파하는 친구가 없도록 우리가 노력할게, 미안해”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정인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백설공주 동화책을 읽어주는 이모와 양손 가득 꽃다발을 안겨주는 삼촌들이 세상 누구보다 빛날 수 있도록 정인이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양평군 서종면에 위치한 ‘정인이 갤러리’에서 만난 정병곤 정인이 갤러리 대표(41)와 추모객들은 그동안 누구보다 외로웠을 정인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21일 문을 연 정인이 갤러리는 잔혹한 죽음을 맞이한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손길로 만들어졌다. 정인이를 기리는 시민들의 모임인 ‘정인이를 찾는 사람들’은 양평의 정인이 묘소를 찾아온 사람들이 두고 간 옷과 편지, 장난감, 동화책 등의 선물이 수 t 규모로 감당할 수 없이 많아지자 갤러리를 조성해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이날 아이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여성추모객은 갤러리를 둘러보다 정인이 사진 아래 놓인 카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삼촌·이모가 늦게 찾아와서 미안해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읽어내려가던 추모객은 결국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며 오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병곤 대표는 “시민들이 티없이 맑은 사진 속 정인이의 미소를 바라보다 스스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져 눈물을 쏟을 때 저 역시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현재 다행히도 이곳에는 이러한 추모의 발걸음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추모공간이 마련된 양평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시민들, 미국·중국·일본·캐나다 등 해외에서 추모 메시지와 후원금을 보내주는 교포들, 청소와 자원봉사 활동을 자처해 모인 사람들이 두 번 다시 가엾은 정인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미래 희망을 싹 틔워 나가는 것이다.
이날 갤러리를 방문한 김수연씨(46)는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슬픔에 우울감에 빠졌지만 더는 이렇게 넋 놓고 지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이곳을 직접 방문하게 됐다”며 “가엾은 정인이가 우리 사회에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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