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포크레인 기사 이화종씨, 하천 정비 봉사 뒤늦게 알려져

태풍 ‘오마이스’ 북상을 앞둔 지난 23일 이화종씨가 안양 수암천에서 범람에 대비해 하천 정비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안양시 제공

“우리 동네니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누가 시켜서라면 못하지요”

수십 년간 불철주야 남몰래 안양9동에서 봉사를 해온 안양 토박이 포크레인 기사 이화종씨(61)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지난 23일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씨가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입고 포크레인에 올라탔다.

그가 향한 곳은 안양9동 수리산성지 인근 수암천변.

장비를 몰고 간 그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각종 나뭇가지와 토사, 무성하게 자란 수풀, 쓰레기 등을 천 위로 퍼올리기 시작했다.

이씨는 “수리산 성지 앞 다리는 높이가 얕아 떠내려온 나무가 걸쳐 쌓이기 쉽다”며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성지 아래 다리 2곳에 뚫린 배수관도 구멍이 작아 금새 막힐 수 있어 미리 보수를 해놨다.

작업 다음 날인 24일부터 26일까지 안양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이씨의 노력 덕분에 별다른 피해를 겪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77년 안양천 물난리 당시에도 하천제방공사에 참여하는 등 장마철이나 태풍이 북상할 때면 늘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씨의 동네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여 년 전부터는 폭설이 쏟아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포크레인을 끌고 밤새 차도의 제설작업을 도맡다시피 한다.

사비 400만원을 들여 포크레인에 설치할 수 있는 제설삽을 직접 구입할 만큼 사명감도 남다르다.

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출근길 주민들이 넘어질새라 새벽부터 에어건을 어깨에 짊어지고 인도에 쌓인 눈을 밀어낸다.

안양9동 자율방범대 부대장이기도 한 이씨는 야간 순찰을 돌다가 고장난 가로등을 발견하면 번호를 일일이 확인해 동 주민센터에 수리도 요청한다.

코로나19로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든 이씨지만 “일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고, 하루 밥 세끼만 먹을 수 있다면 그 걸로 만족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봉사가 보람되고 즐겁다는 그는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만득 안양9동장은 지역 주민들을 대표해 이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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