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원 12명, 김포 점주가 숨지며 지목/살인자들인지 피해자들인지 수사 서둘라

유서가 각색되어선 안 된다. 생명을 마감하는 순간에 던진 말이다. 김포 점주의 뜻도 그대로 적겠다.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 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숨진 점주의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배송기사는 17명이다. 그 중 12명이 택배노조 소속이다. 이씨는 유서에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12명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이렇게 섰다.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처음 유서가 발견됐을 때만 해도 노조 측은 부인했다. 이틀 뒤 전국택배노조도 기자회견을 통해 폭언과 욕설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정황이 계속된다.

한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택배노조 김포지회 단톡방 내용이다. 집단 조롱, 욕설 등이 난무했다. 지난 6월 ‘소장이 쓰러져 입원했다’는 소식에 “나이롱 아니냐” “휠체어는 안 타냐” 등의 조롱이 이어졌다. “XXX끼 XX신이” “XX끼” 등 욕설도 쏟아졌다. 대리점을 차지하자는 뜻으로 해석되는 글도 있다. “여기 계시는 노조 동지분들 때문에 A씨가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노조원 A). “A씨는 보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할 듯합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노조원 B).

집단의 야만성이 이렇게까지 잔인해질 수 있나 싶다. 공격 대상의 병원행에 “XXX끼 XX신이” “XX끼”로 2차 가해를 했다. 자포자기한 점장을 두고는 사냥을 끝낸 듯 차후 처분 구상을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택배노조는 이렇게 재반론했다. “노조원들만 있는 SNS 대화방이었다”, “노조가 A씨 대리점 입찰에 직접 참여한 정황은 없다”. 반론이 사실이길 바란다. 폭언ㆍ조롱ㆍ협박이 없었길 바란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길 바란다.

점주의 휴대전화 기록이 있다. 가족ㆍ비노조원 등의 증언이 있다. 노조원 가운데도 각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정황은 많다. 단서도 많다. 의지만 있으면 쉬운 수사다. 빨리 결론 내야 한다. 점장 유서가 허위면, 노조원 12명은 심각한 피해를 받은 것이다. 그게 아니라 점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조원 12명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노동인권과는 전혀 무관한 죄, 집단 괴롭힘에 의한 살인죄 말이다. 경찰,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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