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얼굴이던 간판이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6일 오전 화성시청 인근의 중심상가. 번화가 사이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이 건물 1층에 있던 토목 설계 사무소는 1년 전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했지만 간판은 빛이 바랜 채로 제자리에 남아 있었다. 건물 임대인 A씨는 “앞서 있던 임차인이 보증금을 다 까먹고 비용 부담에 간판을 철거하지 못하고 나갔다”며 “오랜기간 비어있었는 데다 언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부담으로 철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수원시 천천동에 위치한 대형 상가. 건물 3층 한켠에는 학원 간판과 함께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 5월 폐업해 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지만 간판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 인근의 한 상인은 “빈 상가에 간판만 덩그러니 있으면 흉물스럽기도 하고, 간판이 노후되면 추락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걱정이 된다”며 “폐업할 때 정리하고 갔으면 좋겠지만, 철거 비용만 40~50만원에 달하니 요즘 같은 상황에선 다들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명 ‘주인없는 간판’이 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간판은 임차인의 자진철거가 원칙이지만 코로나19로 경제적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간판 철거비용도 부담하지 못하고 퇴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많은 임차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며 새롭게 들어오는 임차인이 간판 철거 비용을 부담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개인사업자 폐업률’을 보면 지난해 경기도 개인사업자 폐업점포는 22만7천531곳으로, 폐업률은 10.13%에 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개인사업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폐업률과 ‘주인없는 간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인 없는 간판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도시미관 저해는 물론 자칫 추락과 감전사고 등의 안전문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내 지자체들도 주인 없는 간판 처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무상 철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업소를 폐업하고 이전하는 소상공인이 늘면서 주인 없이 방치된 위험한 간판이 늘고 있다”며 “무상 철거 사업 등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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