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사퇴 카드 꺼낸 이낙연...지사직 유지하는 이재명 압박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열린 충청권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더블스코어 패배를 기록한 이 전 대표가 경선 최대 분수령인 1차 선거인단 투표와 호남 지역 경선을 앞두고 ‘지사직 유지’ 입장을 고수 중인 이 지사를 압박하고자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했다”며 “저를 임기 4년의 20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서울 종로구민들께는 한없이 죄송하다.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내 민주당과 대한민국, 서울 종로에 진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후 의원직 사퇴 결정 배경을 묻는 말에 “현 상황에서 제가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정권 재창출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저를 의원으로 뽑아준 종로구민께는 죄송하지만, 더 큰 가치를 위해서라도 의원직을 던지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호남을 찾아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꼭 호남이라서는 아니다. 며칠 동안 깊이 고민했다”며 “당장 서울(국회)에 연락해 사퇴서를 낼 계획이다. 정치적인 결정이기에 의견을 존중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사퇴 선언은 이날부터 시작된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1차 선거인단 투표를 겨냥해 경선판을 흔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아울러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는 이 지사를 압박하기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의원직 사퇴 결정이 그간 ‘지사직은 절대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 지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전 대표 측에서 꾸준히 지적한 지사직 유지의 문제점 역시 부각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향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가난하건 부자건 똑같이 돈을 나눠 주겠다는 발상 역시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한다”고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경인지역 A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해서라도 경선에서 이기겠다는 진정성을 국민께 보인 것”이라며 “이 지사 측 역시 지사직 유지에 대해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대선캠프인 열린캠프 관계자는 “책임과 관련된 문제기에 유지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임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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