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봐주세요. 앞으로는 원산지 표기를 잘 하겠습니다.”
9일 오후 2시10분께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 추석을 앞두고 원산지표시 특별 단속에 나선 인천시와 남동구의 합동 단속반이 단속을 시작하자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단속반이 적발한 한 매장은 중국산 낙지의 원산지 표기 표에 ‘중국산’과 ‘국산’을 함께 표기했다. 주인이 “국산은 이미 다 팔아 없는 것일 뿐”이라고 단속반에 호소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상인 A씨는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단속반의 말에 “다른 집도 다 이렇게 해놨는데 왜 우리가게만 단속하느냐”며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한다. 단속반이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기자 A씨는 계속해 단속반을 따라오며 하소연한다.
인근의 다른 매장에서는 가리비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한 팻말만 소비자에게 보이도록 배치하고, 일본산으로 표기한 팻말은 뒤집어 놔 적발당했다. 이 매장 상인 B씨는 억울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더니 “일하다 보니 뒤집어진 지 몰랐다”며 “이런 것까지 다 잡으면 어떻게 장사하느냐”고 항의했다.
뒤늦게 단속반이 온 것을 본 상인 C씨는 원산지표기판과 펜을 들고 황급히 원산지를 적어 놓는다. 하지만 단속반의 눈을 피하진 못 했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낙지, 개불, 광어 등 모든 수산물에는 원산지 표기가 없는 상태다. C씨는 “너무 흐릿하게 적혀 있어서 지우고 다시 쓰려던 찰나였다. 억울하다”고 했다.
전어의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아 단속에 적발된 상인 D씨는 “오늘 적발당해서 과태료를 내면 하루를 공친 셈”이라며 한숨을 쉰다.
합동 단속반은 이날 거짓 표기 1건과 원산지 미표기 6건을 적발했다. 거짓 표기에 대해선 고발할 계획이며 원산지 미표기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지난 6일부터 농·축·수산물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17일까지 이어지며, 대상지는 지역내 어시장과 도매시장, 전통시장 등 1만82곳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많은 상인이 원산지 표기에 참여하고 있고, 위반행위도 많이 줄었다”며 “지속해서 계도에 나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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