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미술관 활성화 위해 경기도 평가인증제 도입하길

미술관ㆍ박물관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국공립과 함께 사립 미술관ㆍ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전체 미술관ㆍ박물관 문화를 이룬다.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설립자가 오랫동안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집한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보유해 종합 성격인 국공립과 차별화된다. 문화예술 시설이나 공간이 부족한 곳에선 중요한 틈새 역할을 하며 지역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일조했다.

경기도에는 등록된 사립 미술관이 40곳 있다. 2018년 36곳, 2019년 37곳, 2020년 39곳에서 늘고 있다. 파주에 7곳, 용인 5곳, 가평과 남양주에 각각 4곳, 안산 3곳, 성남ㆍ화성ㆍ김포ㆍ광주ㆍ여주에 각각 2곳이 있다. 수원ㆍ시흥ㆍ양평ㆍ과천ㆍ고양ㆍ양주ㆍ의정부에는 1곳이 있다. 공립 미술관ㆍ박물관이 없는 가평과 의정부에선 사립 미술관이 지역의 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도내 사립 미술관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 악화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2004년 문을 연 과천 선바위미술관은 설립자가 전 작고한 이후 운영이 어려워 폐관 절차를 밟고 있다. 전혁림, 박생광 작품으로 유명한 20년 역사의 용인 이영미술관은 재정난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폐관은 안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미술관이 많다. 25년 된 용인 마가미술관은 매년 교육 프로그램과 기획전을 열었는데 올해는 한 차례도 못했다. 3년 전만 해도 시와 연계해 주민을 위한 테마관광 부스를 운영, 하루 240명이 찾아왔으나 지금은 관장의 사비로 문만 열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사립 미술관이 설립자 사재로 운영되는 구조다. 미술관들은 1세대 설립자의 세대교체에 재정 악화,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박물관ㆍ미술관 진흥법’과 조례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런 저런 지원을 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인력 지원, 공모사업 지원, 세제 지원 등이 있으나 운영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현재 사립 미술관은 등록제로, 정부나 지자체의 공모사업 신청 부분에 대해서만 평가받는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는 국공립 박물관ㆍ미술관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평가인증제’를 사립에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가인증제를 통해 사립 미술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곳을 키우고, 관람객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사립 미술관이니 개인이 알아서 운영하라고 하면 안된다. 작은 미술관ㆍ박물관이 살아나야 지역문화가 풍요롭다. 사립 미술관을 지역문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도록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가 먼저 평가인증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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