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립영화 신예 이다영 감독, 그가 담은 '낮은 시선'

두 여성이 있다. 제주도라는 낭만의 섬에서 무채색의 옷을 입고 제2공항 건설에 맞선다. 자신의 삶과 터전을 지키려고 거대한 힘과 맞서지만, 결국 변화를 강요받는다. 힘없는 저항 끝에 오는 허망함과 황량함. 하지만 이들은 절대 약하지 않다. 각자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대응을 기억함으로써 강인하게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다영 독립영화 감독이 그려낸 <작년에 봤던 새>(2020)의 두 주인공이자,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의 모습이다.

수원 토박이인 이다영 감독은 독립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스물일곱인 그는 2019년 사내 왕따를 그린 <정원씨>를 시작으로 <한비>(2021)까지 총 세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그의 표현대로 “짝사랑하는 영화로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다양한 계약직을 전전하며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작년에 봤던 새>로 ‘2021 벡델데이’ 단편영상공모전 우수상, 제1회 합천수려한영화제 우수상(2020), 제11회 광주여성영화제 귄당선작(2020) 등을 거머쥐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써내려 가고 있다. 14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자신의 영화만큼이나 발랄하면서도 진중하고, 담백하면서도 꽉 찬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담은 30여 분의 필름 안에는 20대 중후반 여성의 눈으로 본 사회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담겼다. 눈여겨볼 점은 그의 영화에서 여성들의 위치다. 낮은 자리에 있는 듯하지만 일상의 일들을 진두지휘하고 갈무리한다.

“지인이 ‘네 영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은 꼭 운전을 한다. 재밌는 포인트’라고 말을 하더군요. 로드무비인 <한비>에서는 여자 주인공 해수가 극을 이끌어간다는 뜻으로 의도적으로 핸들을 잡는 장치를 뒀어요. 그걸 제외하곤 제가 바라본 현재 우리 사회 여성의 모습을 담아냈을 뿐이에요. 드라마나 영화에선 작은 일까지 남성이 하는 모습이 많지만, 사실 여성도 모든 일에 주도적이잖아요.”

현재는 일상을 잔잔하게 담은 단편영화 <햇볕을 볼 시간>(가제)을 작업 중이다. 오랫동안 동거한 커플이 이사를 하면서 중고거래로 캠코더를 구매하고, 자신들이 보지 못했던 동네 풍경을 보는 내용이다.

독립영화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다영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독립영화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다영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세상을 향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장편 영화로도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처럼 독립 영화제에선 여성 감독들이 두드러지지만, 상업 영화나 드라마 미디어 매체를 보면 여성의 서사를 보기 어렵다. 투자 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데, 사실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수원의 오래된 아파트와 나무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언젠간 앵글에 담아낼 예정이다.

10년 후를 그려달라는 말에 스물일곱 신예 감독은 의외의 답을 말했다. “우울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란다.

“제가 일하는 작업 현장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건강한 영화, 많은 사람에게 공감 가고 꼭 필요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자연기자 / 사진=조주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