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지어주신 촌스러운(?) 이름이 ‘가진 걸 나누라’는 뜻이라는 것을 안 뒤로 조건 없이 베푸는 삶이 자연스러워졌어요”
광주시 송정동에서 커피전문점 ‘㈜더불어숲’을 운영하고 있는 백영분 대표(48ㆍ여)의 말이다.
꽃다운 20대 후반, 희귀병인 ‘루푸스’ 진단을 받은 백 대표와 커피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다. 루푸스는 면역계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자가면역질환으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력감과 급격한 체력저하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백 대표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체력이 뒷받침되는 한 무언가 하고 싶어 틈틈이 자격증에 도전했다. 목공에 우드버닝, 미용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포기했다.
전통차에 관심을 둘 무렵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의 교복을 맞추기 위해 나왔다가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마신 한잔의 커피는 인생의 전환기를 가져왔다. 하루 한번 가던 화장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 이뇨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커피숍을 찾았다. 판매하고 있는 5종류의 커피를 맛봤다. 그러는 사이 몸에도 변화가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커피에 대한 관심에 전국의 유명 커피숍 투어에 나섰고, 이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쌉쌀한 맛, 고소한 맛, 새콤한 맛, 오리지널 커피, 그리고 브랜딩한 커피 등을 메뉴로 문을 연 커피숍에 단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골의 요청으로 한 명 두 명 시작한 것이 무료 바리스타 교육이다. 처음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교육은 결혼이민자나 한 부모가정 청소년 등 취약계층으로 이어졌다. 입 소문을 타면서 2015년부터는 강의를 개설했다. 수료한 수강생만 300여명에 이른다. 월드커피바리스타협회에 가입한 뒤로는 다문화가정 및 차상위계층,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커피동아리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체력의 한계가 있음에도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한 탓인지 극도의 신체적ㆍ정신적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번 아웃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사비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한계에 부딪힌 백 대표는 광주시 사회적 경제 창업교육에 참여하고, 지난 5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이후 광주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수료했다. 2명은 더불어숲 인턴십에 참여 중이며 완료 후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백 대표는 “3년 내에 수강생들이 운영하는 커피숍 10개를 여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며 “수강생들이 사회적 약자에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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