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헛헛. 왼손은 동그랗게 말아쥐고, 동작은 크고 빠르게!”
지난 1일 오후 3시께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삼일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선 짧고 강한 기합이 울려 퍼졌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최형국 무예24기 상임 연출이 삼일공고 레저스포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예 수업이다. 삼일공고가 화성 성곽에 둘러싸여 있는 만큼 학생들이 화성과 정조의 사상 등 수원의 역사를 이해해 애향심을 기르게 하고 수원 전통문화의 관심을 높여 명맥이 끊기지 않게 하고자 지난 8월부터 수원시립공연단과 삼일공고가 학생 교육에 나섰다.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진행되는 무예 수업은 12월까지 이어진다. 최형국 상임연출은 “무예는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과 뼈의 각도 등 신체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무예를 통해 몸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수원화성과 정조의 문화를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무예도보통지 - 무예24기 중 권법’을 읽으며 시작됐다. 무예도 보통지에는 전투 동작 하나하나가 그림과 글로 쓰여 있는 실전 훈련서로 학생들이 무예 중 어떤 권법을 익히게 될지 이론으로 먼저 확인했다.
최 연출의 시범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쭈뼛거리며 부끄러워하다가도 이내 “헛, 헛” 소리를 내지르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가며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며 한 바퀴 돌고 전진하며 발차기를 하기도 했다. 두 팀으로 편을 나눠 서로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며 학생의 질문에 서로 동작은 맞게 하는 것인지 손의 각도는 어떤지 살펴보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이 배운 권법 동작은 탐마세, 요란주세, 현각허이세, 순란주세, 칠성권세, 고사평세 등 6가지 동작이다. 이 동작들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신체만 사용해 공격과 방어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며 무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학생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 무예를 익히며 역사, 문화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다. 수업에 참여한 박천수(18) 학생은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는 무예 수업을 할 수 있어 색다르고 뜻깊다”며 “무예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조대왕과 무예24기의 사상을 알고 동작을 익히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국 상임연출은 “무예 수업을 통해 아마추어 무예단까지 실력을 키우게 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싶다”며 “수원의 전통문화와 정조 사상을 알고 나아가 학생 스스로 정체성까지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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