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신고를 포기하는 근로자까지 나오고 있어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5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19년 126건에서 2020년 196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9월 기준 146건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폐업한 사업장이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근로기준법 개정안,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보면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신고하고, 사업주는 가해자에 대해 조사를 거쳐 징계 여부 등을 정한 뒤 노동청에 보고한다. 노동청은 사업주가 적합한 조치를 했는지만 따질 뿐 가해자에 대해 징계를 했는지, 가해자를 처벌할지 등은 검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피해 근로자들은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며 신고를 꺼리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한 운수회사 여성 기사 A씨(56)는 최근 대표와 회사를 상대로한 성희롱 손해배상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뒤 대표와 동료들에게 ‘과부랑은 일 안한다’, ‘여자들은 이래서 안 된다’는 말을 듣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A씨는 “집에서 가장 먼 차고지로 노선을 바꾼 뒤 사무실 출입도 못하게 하는 등 대놓고 괴롭히고 있다”면서도 “징계권이 대표에게 있고, 별도의 처벌 규정도 없으니 신고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부평구의 한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직원 B씨도 일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상사로부터 욕설을 듣고, 발로 정강이를 맞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B씨는 “회사에서 주요 업무를 하는 상사기 때문에 신고해봤자 나만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며 “그만두기 전까진 신고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하자 오는 14일부터 사업주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소홀히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안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직접적인 처벌 조항은 없다.
허진구 노무사는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하려면 장기간 민사소송을 해야 해 생계를 위협받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받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법의 실효성을 높일 가해자 처벌규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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