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지하도상가 상인 ‘희망고문’…양도·양수 및 전대 연장 반복 그만

인천시의회가 지역 내 지하도상가의 불법 양도·양수 및 전대 유예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 추진을 반복하고 나서자 상인들을 ‘희망 고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의회의 이 같은 기간 연장이 현행법상 근거가 없는데다, 인천시와 행정안전부 등의 재의 요구, 그리고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면 패소할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내년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시의회와 시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병배 시의원(중구1)은 지하도상가의 불법 양도·양수 및 전대 유예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조례 개정(안)은 제274회 임시회에 상정, 오는 14일 상임위원회인 건설교통위원회에서 다뤄진다.

안 시의원은 이번 조례를 발의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임차인의 직영 전환 및 전차인의 영업기간 보호를 위해 양도·양수, 전대 금지규정의 시행일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하도상가 활성화 방안 신설, 상생협의회의 위원장 변경과 상생협의회의 존속 기간을 오는 2022년 12월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안 의원은 “최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개정이 이뤄져 최대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기에, 이번 5년 연장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안 시의원은 지난 5월 제271회 임시회에도 같은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올렸지만, 상임위에서 다뤄지지 못했다. 현재 조례는 지난해 1월 고존수 시의원(남동2)이 대표발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양도·양수 및 전대 금지를 2년간 유예한다. 당시에도 시의회는 5년 유예를 추진했지만, 시가 재의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자 2년 유예로 물러서기도 했다.

지역에선 시의회가 이러한 조례 개정(안)을 반복해서 추진하는 것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인들의 표를 의식, 상인들에게 불가능한 희망만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하도상가의 계약기간 및 전대기간 유예 등은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위반하는데다 5년의 유예 기간은 공정성, 기회 균등성, 형평성 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감사원도 ‘임차인들이 전대, 양도·양수로 연간 46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고, 5년간 집행을 유예할 경우 2천300억원의 공익적 손실이 초래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만약 시의회가 5년 연장을 강행해 집행부의 대법원 제소 등이 이뤄지면 시의회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도 2018년 기준 최초 입찰을 통해 지자체 공유재산 등에 입점한 상인으로 범위를 정하고 있어 수십년간 양도·양수를 해온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지, 타협안으로 상인들을 희망고문해선 안된다”며 “시의회의 이 같은 연장 반복은 선거용일 뿐”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유예기간 연장이)희망고문이라도 계속 해봐야 하지 않겠나. 내년 1월말이면 2년 기간이 끝나는데, 상인들에게 장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시민들은 시의회가 이제 그만 상인들을 희망고문하지 말고, 이제라도 불법을 바로잡기 위한 문제 해결 방안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 이상민씨는 "시의회의 이 같은 기간 연장이 현행법상 근거도 없고 나중에 법적 다툼으로가면 패소할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내년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것이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님을 시의회가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한 지하도상가 상인도 "사실 법적으로 지하도상가 문제가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며 "이런 상태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시의회가 진정 우리 상인들을 도와주려면 이처럼 희망고문할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줬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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