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흔들리고 떨어지고…'생생한' 인천국민안전체험관을 가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인천국민안전체험관에서 본보 김지혜 기자가 풍속 15m/s의 태풍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강우진기자
6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인천국민안전체험관에서 본보 김지혜 기자가 풍속 15m/s의 태풍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강우진기자

“항공기 엔진 결함. 바다 위 비상착수 합니다.”

6일 오전 9시 인천 서구 봉오재1로 120에 있는 ‘인천국민안전체험관’ 내 항공안전체험관. 기내 엔진 결함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니 곧 앉아있던 좌석이 앞뒤로 심하게 흔들린다. 기내 상황을 가정한 훈련임에도 순간 머릿 속이 아득해지기 시작한다. 몸이 붕 떠오르길 반복하자 잠깐의 순간임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기 시작한다. 인천국민안전체험관 체험운영팀의 김호민 주임과 소방관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손으로 발목을 잡고 자세를 낮추고 나니 이내 기내의 흔들림이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구명조끼를 챙겨입고는 차례를 지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면 공으로 구현한 육지로의 탈출이 끝난다. 

곧이어 간 곳은 진도 7의 지진 상황을 가정한 지진안전체험관. 진도 7의 흔들림이 시작하자 똑바로 서있기조차 힘들 진동이 느껴진다. 책상과 의자가 여기저기로 떠내려가기 시작하고, 뒷편 스크린에는 책장과 장식장이 쓰러지기도 한다. 한껏 웅크리고 책상 밑으로 겨우 몸을 숨긴 순간 책상 위에 있던 진동계측기가 눈 앞으로 떨어진다. 머리를 감싸지 않았다면 크게 다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다. 약 1분간 이어진 강한 흔들림이 멈추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 갑자기 여진이 일기 시작한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까지 떠오르기 시작한다. 김 주임은 "지진이 발생하면 책상같은 구조물 밑으로 들어가 손을 머리위로 올려야한다"고 강조한다. 

지진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이번에는 태풍·호우안전체험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비를 입고 체험관 안으로 들어서자 풍속 15m/s의 강풍과 굵은 빗줄기가 몰아친다. 정면에서 강풍이 불기 시작하자 쓰고있던 안경이 힘없이 툭 떨어진다. 머리카락은 뒤엉켜 앞을 볼 수 조차 없고, 고개를 들때마다 불어오는 바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미 우비 속으로 빗물이 들어차 옷도 흠뻑 젖어들기 시작한다. 김 주임은 "태풍과 호우 때면 주변을 살펴 전기 감전 위험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서구 인천국민안전체험관에서 본보 김지혜기자가 항공안전사고 발생 시 대피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강우진기자
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서구 인천국민안전체험관에서 본보 김지혜기자가 항공안전사고 발생 시 대피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강우진기자

이어진 고층빌딩탈출은 겨우 높이 6m, 건물 2층 높이임에도 감당하기 힘든 공포가 찾아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떨고 있는 기자를 본 김 주임은 "완강기를 타고 내려갈 때는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손으로 로프를 잡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겁이 나서인지 자꾸 손이 로프로 향한다. 미리 경험하지 않았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오는 29일 개관하는 ‘인천국민안전체험관’을 미리 찾아 경험한 체험관들은 모두 실생활에서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생생한 상황들로 구성해있는 모습이다. 체험관은 최대 12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고, 8개의 체험 주제로 22개의 체험실에서 48가지 재난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을 통한 교육을 시작으로 4D영상관, VR체험관까지 갖춰 실제 긴급상황에 놓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천지하철 1호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지하철사고 체험관에서는 지하철 사고시를 가정해 자동개폐문 오른쪽 하단에 있는 밸브를 열고는 있는 힘껏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직접 문을 열고 나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비상탈출선이 보인다. 비상탈출선을 따라 걸음을 옮기려하자 김 주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실제 전기레일에는 고압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절대로 전기레일에 닿지 않도록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탈출을 끝내면서 이날 22개의 체험실을 모두 거쳤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있을 법한 상황임에도 체험이 끝나자 온 몸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김 주임은 “사고가 나더라도 개인이 긴급상황 행동요령과 안전교육을 받는다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10월 중순 이후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체험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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