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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의 THE 클래식] 절망적인 현실의 희망이 되어 준 차이콥스키의 음악
문화 정승용의 The 클래식

[정승용의 THE 클래식] 절망적인 현실의 희망이 되어 준 차이콥스키의 음악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주법에서 대단한 진보를 보여 주며 러시아 음악사를 새롭게 개척해 나간 차이콥스키는 음악적 발전을 이룬 동시에 삶의 추락도 맛보고 있었다. 음울한 성향을 가졌던 차이콥스키는 제자였던 밀류코바와 결혼하자마자 파경을 맞았고, 더욱 악화된 신경증은 그에게 나쁜 생각을 품게 하여 급기야 생을 포기하게끔 몰아갔다. 물론 자살 기도는 실패에 그쳤지만 그만큼 그의 삶은 파괴되고 상처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렇지만, 그의 절망적인 생활을 붙들어 희망을 심어 준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 음악의 수작을 차례로 내 놓았고, 대작 <교향곡 4번>에 이어 <교향곡 5번>, <교향곡 6번>을 발표한다.

특히 <교향곡 6번 ‘비창’>은 그가 남긴 최후의 작품이자 최대의 걸작이다.

불과 12일 만에 완성된 이 대작은 1893년 10월 차이콥스키의 지휘로 초연되었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청중의 반응은 매우 시큰둥했다.

스스로 평가하기를 ‘일생일대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던 그는 분명히 청중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테니 이에 상반된 반응은 그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비창’이 연주된 지 불과 일주일 남짓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생을 마감한다. 결국 ‘비창’은 차이콥스키의 진혼곡이 된 것이다.

그의 추모 연주회에 다시 연주된 이 작품은 그곳에 모인 청중 모두 울리고 말았다. 곡 전체를 아우르는 절망과 우울함이 청중의 가슴에 그대로 닿아 눈물을 자아내게 한 것이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러시아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서구를 향해 뻗어나간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전 세계인의 가슴 깊숙한 그곳까지 파고들어 ‘감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승용 작곡자ㆍ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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