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구지천, 사람·수달 다 중요하지만/환경단체의 균형 있는 접근 필요하다

황구지천에 사는 가장 큰 생명체는 인간이다. 주민들이다. 가장 큰 이해집단도 이런 논리를 펴야 할 만큼 주민 입장이 팍팍하다. 50년 가까운 차별이 있었다. 비행장으로 받는 차별은 새로울 것도 없다. 여기에 하천(河川) 차별까지 있다. 황구지천은 의왕ㆍ수원ㆍ화성ㆍ오산ㆍ평택시를 잇는 총 길이 32.5㎞다. 수원천, 원천리천, 서호천, 그리고 황구지천이 수원의 4대 하천이다. 여기서 황구지천만 자연형 하천이다. 말이 좋아 자연형이지, 주민에게는 낙후된 하천이고 볼품없는 하천일 뿐이다.

편리하고 예쁘게 만들어주길 얼마나 바랄지 짐작 간다. 모처럼 그럴 기회가 왔다. 지역 출신 이필근 도의원(평동ㆍ입북동ㆍ금곡동ㆍ호매실동)이 도비를 따왔다. 특별조정금 17억원이다. 솔대교(권선구 오목천동)에서 고색교(권선구 고색동)에 이르는 800m 구간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자연형 하천의 기본 틀을 뒤집어엎는 것이 아니다. 보존된 물가 가장자리(둔치)에 녹지를 포장하는 수준의 공사로 산책길을 만드는 정도다. 이것만으로도 주민들은 훨씬 아늑해질 휴식 공간이라며 기대한다.

이게 지금 비틀거린다. 환경단체가 제동을 걸었다.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한 녹지 공간 훼손이 이유다. 여기서의 보호 대상은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다. 지난 2019년 6월 황구지천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지금도 황구지천 수풀 우거진 곳을 서식지로 삼고 있다고 한다. 수원환경운동센터 관계자는 “탄소 중립 도시를 선언한 수원시니만큼 작은 녹지 공간이라도 보존해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사가 강행되면 다른 환경단체와 함께 반대 운동을 하겠다고도 밝힌 상태다.

수원시는 협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이것 말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아주 익숙히 봐온 갈등이다. 환경 문제의 대부분은 의견이 양립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의 주장도, 수달의 보존도 다 옳다. 결국은 선택과 양보, 타협으로 매듭질 일이다. 때마침 인근 당수동에 택지개발이 진행 중이다. 대체 환경 복원 개발이 필요했는데, 수원시가 황구지천을 지정했다고 한다. 왕송저수지부터 금곡동까지, 500억원 규모 큰 공사다. 황구지천을 뒤집는 큰 공사다.

이번에 논란된 구간(800mㆍ17억원)은 다른 구역이다. 하천 전체에 미칠 영향력도 비교할 수 없이 적다. 그런데도 여기에 거는 주민 기대가 크다. 환경단체의 균형감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오랜 기간 받아온 특별한 불이익에 대한 자그마한 보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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