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여관 유선관, 과거와 현대 잇는 공존의 힐링 공간

100년이 넘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관 유선관은 숲이 울창하게 어우러진 대흥사의 매력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유선관 제공.

전라남도 해남. 남쪽 땅의 끝 해안가에 솟은 두륜산(頭輪山)의 옛이름 한듬을 그대로 보여주듯 크기도 크고, 바퀴처럼 둥근 모양이 감싸고 있어 포근함이 느껴진다. 두륜산 품 안에 자리한 대흥사(大興寺)는 빽빽하게 우거진 삼나무, 측백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왕벚나무, 편백나무 등이 자리해 도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대흥사 초입에는 절을 찾은 방문객과 수도승을 위해 1914년 지어져 100년이 넘도록 고택의 우아함을 간직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관 ‘유선관’이 자리하고 있다. 100년이 넘도록 우리의 역사를 한 몸에 담은 유선관은 최근 한옥 호텔로 거듭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명소 중 하나다.

유선관은 201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흥사와 두륜산 물줄기가 만든 계곡을 모두 품고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 덕에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서편제’, ‘천년학’ 등 우리 영화계를 뒤흔든 작품들도 모두 거쳐간 곳이다.

유선관이 일반에 개방돼 여관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문화인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덕에 1990년대 초 대흥사가 관광위락시설 단지를 재정비할 때도 다른 상업시설들은 주차장 밖으로 밀려났지만, 유선관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유선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993년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유선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노랑이’라는 유선관의 개 한마리의 영특함을 담아내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해 유선관을 맡은 한동인 대표는 유선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100년의 세월을 올곳이 견뎌온 한옥의 훌륭한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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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관은 최근 외관은 유지하면서도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편리함을 더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은 유선관의 내부 모습. 유선관 제공.

그렇게 유선관은 각종 개·보수 공사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적인 시설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김대균 소장에게 유선관의 개·보수를 부탁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도 과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현대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지금의 유선관은 이렇게 탄생한다.

골조와 외관은 그대로 지키되 내부를 쪼개 화장실과 샤워부스 등을 설치해 편리함을 더했다. 이와 함께 내부 시설에는 한지로 마감한 벽과 한옥 기둥들, 옷장, 삼베로 대어진 안쪽 문살 등 한옥의 고풍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매트리스 위에는 우리 전통의 목화솜 보료가 자리했고, 가볍고 포근한 명주솜 이불, 머리를 차게 하고 목을 편하게 하는 메밀 베개까지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그대로 반영했다.

역사를 오롯이 안은 유선관, 그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누군가는 오늘도 부모님과의 추억을, 친구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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