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국감, 진실보다 말장난·막말/국민의힘은 이재명에 선전장 내줬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예의 없이 강경했다. 국감에 부적절한 언행이 상당수 있었다. ‘강아지’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대장동 의혹을 해명하면서 나왔다. “제가 만약 진짜 화천대유의 주인이고 돈을 갖고 있다면 길가는 강아지에게 (돈을) 던져줄지라도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 같은 분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재직 후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개(犬)와 유서대필 사건을 결합한 문장이다. 막말과 역사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수감자의 도리를 벗어났다. 예의를 벗어난 태도도 눈에 거슬렸다. 김용판 의원이 질문을 이어가는 도중 국감장 마이크를 통해 이 지사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질문자에게 ‘노력은 했다’며 빈정대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지사가 든 손팻말에 대해 항의하자 여기서도 ‘허허허’라며 웃었다. 시청하는 국민에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국민의힘의 어눌한 공세에서 비롯된 바 크다. 이번 국감에 국민 관심이 쏟아진 건 대장동 때문이다. 국민의힘 스스로도 대장동과 이재명 관계를 밝히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막상 국감장에서는 정치 공세하기 바빴다. 김도읍 의원은 “‘아수라의 제왕’인 그분은 누구인가. 한 번 검토해보려고 한다”며 이 후보의 과거 전력 및 신상 의혹을 공격했다. 그러다가 받은 것이 이 지사의 ‘개(犬)와 유서대필’ 반격이다.

김용판 의원의 조폭 뇌물 20억원 설 주장도 그렇다. 수감중인 전 폭력조직원의 공익제보라고 했다. 5만원권 돈다발을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질 폭로다. 대선 역사상 최악의 추문일 수 있다. 그런데 뒷받침할 확인 절차가 너무 부실하다. 그저 ‘수감 중인 전 폭력조직원’의 주장이 전부다. 이러다 보니 이 지사로부터 비웃음과 경고를 받는 역전 상황이 벌어졌다.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데 기본 준비도 안된 것이다.

우리는 지난 주말 ‘맹탕 국감 가능성’을 예상했었다. 당시 예상의 대상은 야권, 즉 국민의힘이었다. 예상대로였다. 국민의힘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 아는 내용에 정치적 언어를 버무린 게 전부다. ‘한 방’을 장담하더니 보여준 건 ‘헛방’이다. 물론 이 지사가 얻은 것은 없다. 대장동 특혜와 무관하다는 설명을 설득력 있게 내놓지 못했다. 그 특유의 ‘사이다 논리’도 없었다. 시종일관 은유ㆍ비유에 뒤섞은 말의 유희였다.

하지만, 그래도 승패는 분명했다. 무승부였기에 승자는 이재명이다. 대장동 공세를 일단 틀어막은 국감이었다. 국민의힘은 명백한 패자다. 원했든 아니든 국장감을 이재명 선전장으로 헌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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