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혁신교육, 배움의 과정에 행복이 있다

학생 중심의 배움과 성장이 혁신교육 철학이자 정신
교사 끊임없는 고민·연구로 혁신학교 문화 만들어가

‘교사로서 나는 행복한가?’. 나의 대답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내 삶의 보람과 만족,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내 삶에 있다. 나의 혁신이야기를 하나 회상해 본다.

2년 전, 6학년 담임 때 세계시민교육 공개수업을 했다. 나는 학습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수업을 시작했다. 동기유발로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수업활동을 질문으로 시작하며 수업을 열었다.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을 만들고, 대답하는 사람은 몰입하면서 참여하게 된다. 교사가 질문하는 순간이 곧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순간이다.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갖게 된다. 자기 생각은 능동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발휘하는 원천이다. 학습목표를 기존 방식대로 제시한다면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이 전개되었겠지만, 질문으로 학생과 소통하면 입체적인 상호작용으로 수업이 풍성해진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의 출발점에 서는 순간이며, 혁신의 창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런 수업은 주도권이 학생에게 있다. 듣는 학생에서 말하는 학생, 참여하는 학생으로 전환되는 살아있는 수업이 된다. 수업 마지막 지점에서 ‘오늘 무엇을 배웠지요?’라고 물으며 배운 내용을 스스로 더듬어보게 했다. 그런 후 보조칠판을 꺼내며 의도적으로 숨겨 두었던 학습목표를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자신들이 한 행동이 마술처럼 칠판에 그대로 적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학생들은 ‘소름~소름~’이라고 말하며 놀란다. 아이들은 자신이 배움을 주도할 수 있고, 학습을 이끄는 주인공이 본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40분 안에 가능하다는 혁신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런 방식으로 1년 동안 배운 학생들은 어떻게 변할까? 6년 동안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 어떤 사람이 될까? 12년 동안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배운 학생은 어른이 되면 어떤 삶을 살아갈까?

수행평가로 ‘오늘 배운 것을 여러분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건가요?’라고 물었다. 한 아이가 ‘뒤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우리가 한 수업을 돌아가서 해 주세요 라고 부탁드리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교실이 웅성웅성해지더니 학생들은 신이 나서 활동지를 편지처럼 써 내려갔다. 그런 후 참관하는 선생님들에게 당부하며 편지지를 전했다. 2주 후, 세 분의 선생님이 자신의 학교에서 이와 같은 수업을 했다는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 소식을 전했을 때 학생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일구어낸 가치로운 결과를 확인하는 찬란한 그 눈빛을.

학생들은 새로운 가치를 생성해 준 삶의 역량을 발휘하였고, 그것은 지역사회 수업생태계까지 일구어냈다. 학생들은 학력(學歷)이 아니라 삶의 역량을 발휘하는 학력(學力)을 습득한 것이다. 학생들이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 혁신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혁신교육의 철학과 정신은 배움의 중심에 학생을 두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정조준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은 고민하고 연구하며 연찬한다. 함께 모여 협의하고 토론하면서 혁신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곡해되는 상황이 있더라도 미래사회에 살아갈 학생들 아니, 우리 모두의 자녀를 생각한다면, 교사로서 이 운동을 멈출 수 없다.

혁신교육은 꽃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혁신교육은 흙길이어도 그 흙에 씨앗을 뿌려 싹을 움틔우고, 줄기와 잎, 꽃과 열매를 만들어가면서 그 과정의 행복을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다. 행복은 결과가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순간순간 과정에서의 행복이 켜켜이 쌓인 축적된 경험이다. 혁신교육은 그렇게 시나브로 학생을 성장시키고, 느루 지켜보아야 완성된다.

임재일(용인 서원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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