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그리스 미술과 올리브

고대 그리스는 서구 문명의 발상지이자 현대문명의 뿌리로 알려져 있다. 학문과 예술이 정립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와 추론이라는 모델을 통해 과학의 기초를 확립했다. 특히 미술은 기록이나 장식의 수공예적 영역에서 미의식을 통해 예술로 영역으로 상승했고, 기술을 넘어서는 경지에 예술이 올라섬으로써 사회에서 예술은 주요한 분야로 인정됐다.

고대 그리스 미술은 건축, 조각, 회화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회화는 대부분 유실됐고 도자기에 묘사된 그림들로 겨우 그 흔적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시 도자기들이 대부분 저가의 실용품이었기 때문에 도자기 그림들의 수준은 우리가 기록으로 알 수 있는 회화의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고대 그리스 미술의 소재는 주로 신화의 세계가 중심인데, 신화의 영웅담을 조화, 비례, 균제의 방법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이상적(理想的)인 미의 기준을 확립했다. 미술사학자 빈켈만(J. J. Winckelmann)은 이러한 그리스의 이상미를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으로 정의했다.

그리스 미술에는 신화의 영웅담 외에도 올리브와 포도가 자주 등장한다. 국토의 80%가 산지인 척박한 그리스 땅에는 올리브와 포도만이 자랄 수 있었고, 빵과 더불어 그리스인들의 주식이 됐다. 올리브는 90%가 기름으로 쓰이고 10% 정도가 요리에 활용되며, 올리브 잎을 차로 우려내 마시기도 한다. 그리스 대다수 음식에는 많은 양의 올리브기름이 들어가는데, 그리스인들은 1년에 30㎏ 정도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리스 음식이 건강식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이 올리브유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운동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고순도의 올리브기름을 담은 암포라를 부상으로 줬는데, 올림픽 참가자들은 대부분 나체로 경기에 참여했기 때문에 올리브유를 발라 부상을 방지하기도 했다.

그리스인들의 올리브 사랑과 자부심은 신화에도 등장한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아티카 지역에 위치하는데,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와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 다툼을 벌였다. 아테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포세이돈은 물을 선물했지만 짠 바닷물은 아테네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아테네 여신이 선물한 올리브 나무는 아테네인들에게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래서 도시의 이름도 아테네로 명명됐다. 아테네는 지혜의 여신이자 평화의 여신이다. 그래서 올리브는 평화의 상징으로 UN기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올리브는 반 고흐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고흐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계속 그림을 그렸는데, 이 시기에 올리브 나무를 소재로 14점의 작품을 남겼다. 고흐 특유의 소용돌이 치는 화면에 펼쳐진 나무들은 무슨 의미일까? 인정받지 못한 불우한 화가는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나무로부터 안식을 얻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나온 고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한 안식의 세계로 날아갔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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