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사라졌지만, 석탑이 마을 주민들 마음의 중심이 되고 마을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대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택지개발사업으로 마을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석탑을 지켜내고 관내 공원으로 옮겨 안전하게 보전하는데 앞장선 최기화 오산 탑동향우회 총무(62). 탑동향우회와 초평동주민자치회 등은 지난 7일 탑동 5층 석탑을 초평동 관내 습지공원으로 옮겨 석탑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마을의 유래가 담긴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최 총무는 “우리 마을이 세교2지구 개발사업 지구에 포함되면서 지난 2006년부터 석탑이 방치됐는데 마을 주민의 노력으로 15년 만에 안전하게 보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탑동 5층 석탑은 오산시 탑동마을에 오래전부터 전설로 전해져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난 1991년 마을입구에 세워졌다. 오산시사 등 문헌에 따르면 ‘원래의 탑은 진흙으로 빚어 만든 것이지만 그 모양이나 크기에 대해서는 전하는 바가 없고 탑이 세워졌던 자리를 탑재라고 불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탑동마을은 1980년대만 해도 80여가구 300여명의 주민이 생활하던 농촌마을이었으나 택지개발 사업으로 지난 2006년에 주민 모두가 떠났고 지금은 마을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탑동마을 인근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최 총무는 “풀과 잡목, 토사에 가려져 방치된 석탑을 볼 때마다 안타까워 그동안 여러 차례 석탑 이전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며 “석탑이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도록 도와준 임두빈 초평동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재 원근 각지로 흩어진 옛 탑동마을 주민 80여명은 탑통향우회를 만들어 정기모임을 하며 향우애를 다지고 있다. 최 총무는 향우회원과 논의해 석탑이 자리한 초평습지공원에서 예부터 마을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토대로 탑돌이 등을 재현하는 문화행사를 추진하겠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총무는 “이번 탑동 5층 석탑 이전사례를 통해 택지개발과 함께 사라질 지역 문화재들이 보전되고, 나아가 지역 문화 보전에 대한 시민의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산=강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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