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꽃처녀 때 한 1천만원 기부약속 60대 할머니 돼 지켜
“사는 게 힘들던 20대 시절 작은 교회를 찾아 1천만원의 작정헌금을 약속했던 일을 40년이 지난 후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양평군 양수리에서 한 7080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최경희씨(61ㆍ여)는 순탄치만은 않았던 자신의 인생사를 털어놓았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한 1천만원 기부 서약을 40년이 지나 60대 할머니가 돼서라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교회가 없어져 막막했는데 우연히 한 신부님을 알게 된 게 천운이었다. 신부님께서 저 대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써주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6개월 전 골수암과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암과 투병 중인 그는 “혼자서 자녀를 키우며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40년간 약속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늘 마음속의 몽우리로 남아있었는데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강원도 동해시 4남 1녀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설 간호사를 꿈꿨지만 가난했던 가정 형편으로 가게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서울ㆍ남양주 덕소 등에서 생활하며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때 목포에서 양어장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태풍으로 장어가 집단 폐사하면서 2억원의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기도 했다. 결혼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남편과 일찍 이혼하며 남양주에서 한 건물 지하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며 30년간 혼자 자녀를 키우며 대학교육까지 책임져야 했다.
이런 가운데 10여년 전 갑자기 희귀 질환인 루프스 진단을 받았다. 생존율 5%의 난치성 질환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건강을 회복하고 희망을 품고 살게 되나 싶었는데 3년 전 골수암 진단을 받고 골수이식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 말기 판정을 받아 현재는 시한부 6개월을 통보받고 병마와 씨름하고 있다.
그는 월 120만원의 임대료가 9개월이나 밀린 상황에서도 봉사활동만은 이어가고 있다. 경기민요 동아리 회원 12명으로 ‘신노들량’이란 봉사단체를 만들어 5년 동안 사각지대 어르신들과 요양원을 찾아 국악, 민요 등을 공연하고 있다. 매달 2만원씩 난민을 돕기 위한 후원금도 내고 있다.
최경희씨는 “공허한 인생에서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희망이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라며 “절망이 아닌 희망을 품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병마를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황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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