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이 서해5도의 대피시설에 주민들이 먹을 비상식량을 구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5도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비상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군이 예산 문제를 이유로 대피시설에 비상식량을 구비하지 않아 주민들의 안전이 계속 위협받고 있다.
24일 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비와 시·군비 1천500여억원을 투입해 백령도 34곳, 대·소청도 8곳, 연평도 7곳 등 총 49곳의 대피시설을 서해5도에 조성했다. 이후 군은 9년간 서해5도 인구수에 맞춰 모두 2만5천158인분의 비상식량(1일치)을 이들 대피시설에 구비해왔다. 군이 구비한 비상식량은 간편식 비빔밥으로 용기에 물만 넣으면 즉시 먹을 수 있다.
서해5도 주민들에게 비상식량은 필수적인 구호물품이다. 서해5도는 북한과 맞닿아 있어 북한의 포격이나 침투 등 군사적 도발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륙으로부터 200㎞가량 떨어져 있어 비상상황 발생에 따른 식량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은 돌연 지난해 5월부터 비상식량 구비를 중단했다. 3년마다 1번씩 1억원어치의 비상식량을 교체하는 것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군의 조치에 대해 지역 안팎에서는 서해5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백동현 군의원은 “예산 절감 명목은 핑계해 불과하다”며 “유통기한이 지나는 게 문제라면 지나가기 전에 군부대와 주민들에게 싼값으로나 기부 형태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서해5도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군의 비상식량 재구비를 요구하고 있다. 연평도 주민 A씨는 “지난 2014년 북한의 도발로 비상식량을 먹으며 몸을 피한 경험이 있다”며 “유사한 일이 또 터진다면 주민들에게 비상식량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군은 비상식량 구비 중단에 맞춰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내륙의 대형마트를 통해 즉석밥 등을 확보하고 배로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안일한 대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성권 우석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기상악화나 북한의 공급로 차단 등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배를 통한 식량 지원은 주민들의 생존을 건 매우 위험한 조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비상식량 구비를 중단하기는 했지만, 서해5도 주민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부적으로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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