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친절하지 말 것’이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마담 사이코’는 스토킹범죄와 그로 인해 망가지는 피해자의 일상을 보여준 수작이다.
우연히 가방을 찾아준 젊은 여성 프란시스에게 과한 친절을 베푸는 ‘그레타’, 하지만 프란스시는 그런 친절이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지하철에 가방을 두고 내리는 수법으로 사람들을 유인해 친분을 쌓는다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점차 그레타와 거리를 둔다. 하지만 그레타는 프란시스의 주위를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쫓아다니는 스토커 본색을 보여준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직접적 가해행위가 없는 한 개입할 수 없다며 “그냥 무시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결국 그레타는 지독한 집착 끝에 프란시스를 납치해 영원한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고자 한다. 마담 사이코는 제목이 곧 스포일러라고 볼 정도로 광기 가득한 스토킹의 공포를 날 것 그대로 선사한다.
스토킹은 ‘은밀히 접근하다’(stalk)에서 파생된 단어로,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을 괴롭히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스토킹은 집착에 집착을 거듭하며 폭행·협박·감금은 물론 성폭력과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발생한 노원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 김태현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를 스토킹하던 중 계속된 거절에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피해자를 차례로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다. 최근 법원이 김태현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지만, 그동안 스토킹을 사적 다툼으로 치부하며 방치해왔던 우리 사회 역시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인지 최근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최대 10만원의 범칙금만 내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부터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 내려지고, 만약 흉기 등을 소지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함께 도입되면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는 미완의 입법으로 평가된다. 가해자가 “더이상 괴롭히지 않을 테니 합의해달라”고 했을 때 혹시나 모를 보복이 두려워 이를 수락하는 불합리는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이다. 부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이루어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입법은 더는 없었으면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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