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천300만 도민엔 대행도 똑같은 도지사/오병권 지사, 설친다 싶게 역할해야 한다

경기도에 도지사가 부재다. 정확히는 민선 도지사가 없다. 이재명 전 지사가 중도하차했다. 대통령 후보라니 좋은 일이다. 더없는 영광일 수 있다. 도민도 축하해준다. 다만, 남겨진 행정 공백이 걱정이다. 무려 8개월짜리 구멍이다. 아무리 대권이지만 도민의 피해는 피해다. 이 문제는 지적한 바 있으니 여기선 생략하겠다. 대신 ‘지사 대행’에 주문을 전하려 한다. 이제부터 도지사는 오병권 권한 대행이다. 1천300만 도민 행정의 수반이다.

취임하면서 도정 방향을 말했다. 중단 없는 도정 승계를 강조했다. “경기도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과제들은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앞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 “경기도정이 연속선상에 있기에 시스템을 통해 원활하게 작동되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조로 운영하겠다.” 이 전 지사의 정책 승계 및 남은 민선 7기 도정 운영 방향에 관한 기자 질문에 답이었다.

뻔히 정해진 질문과 답변이다. 애초 ‘전임자가 남긴 도정을 잘 이어가겠다’외 나올 답은 없다. 그런 연속성이 중요한 행정의 부분인 것도 맞다. 다만, 이것이 오병권 도정의 지나친 비중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민에겐 다를 것 없는 8개월이다. 그 시간이면 도민 삶이 바뀔 수도 있다. 개인엔 흥망성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행정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완전체 도지사가 늘 필요하다.

당장 코앞에 닥친 코로나 행정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도정 목표는 방역 최우선이었다. ‘오병권 취임’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일상 복귀, 생계 확보가 목적이 됐다. 정부 관계자의 상징적 워딩이 있었다. ‘확진자 1만명 나와도 위드 코로나 유지하겠다.’ 경기도에는 이 또한 경험 못한 행정이다. 풀어주는 행정으로 가야 한다. 자영업의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 행사를 풀고 관련 업계를 살려야 한다. 모두 도지사의 판단이다.

‘오병권 대행은 판단력이 빠르고 순발력과 정무적 감각까지 갖춘 전천후 행정인이다.’ 전직 도청 간부 홍승표씨의 평이다. 행안부가 그를 선택한 것도 이런 때문으로 보인다. 잘할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주문해 두고자 한다. 당당한 도지사임을 스스로 자부해야 한다. 위치에 맞는 결정과 판단에 거리낌 없어야 한다. 한두 달 뒤, ‘설친다’ 소리가 나와도 된다. 그런 빈축이야말로 ‘공백 없는 도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