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급식 조리사 ‘죽음의 노동’, 환경개선 시급하다

수원 권선중학교에 근무하던 조리사가 2018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가 일한 급식실 주방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최대 농도가 기준치의 60배, 초미세먼지가 4배 높게 검출됐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인 산재로 인정된 건 3년이 흐른 올해 2월이다. 그 사이 수많은 급식종사자가 쓰러져 나갔다.

학교 급식실의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밥을 위해 ‘죽음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조리사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달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급식종사자 5천365명(여성 5천34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급식실 근무 이후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응답한 여성이 189명(약 3.5%)이다. 일반 여성 기준 폐암 발병률의 24.8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96.3%는 ‘최근 1년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일주일 이상 느꼈다’고 답했고, 74.7%는 ‘최근 1년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치료 경험자 중 73.6%는 자비로 치료를 했다. 53.3%가 ‘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실제 산재를 신청해 인정받은 비율은 1%에 불과했다. 제조업에 비해 식당 일은 ‘산업’이라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하다. 학교같은 대형 급식실은 부엌이 아니라 산재 위험성이 도사리는 산업 공간이다. 불이나 뜨거운 물·기름 등에 화상을 입거나 칼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육수통 같은 대형 조리기구를 들다가 허리나 손목 등을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 때문에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도 한다. 굽고 튀기는 요리를 할때 배출되는 조리흄은 WHO가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조리기구 등을 닦을 때 쓰는 세제, 바닥 소독 때 사용하는 약품도 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외상에 비해 인과관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재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산재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급식종사자를 위해 노조가 집단산재 신청에 나섰다. 올해 6월에 급식종사자 28명(경기 11명), 지난 9월에 19명(경기 7명)이 산재 신청을 했다. 경기지역 18명 중 15명은 10년 이상 급식실에서 근무한 이들로 폐암ㆍ유방암ㆍ직장암ㆍ혈액암ㆍ갑상선암 등에 걸렸다.

교육당국은 고용노동부의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학교 급식실 노동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인력 보강은 물론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산재가 일어나지 않게 시설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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