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_ 늘어나는 MZ세대 사장님] 취업 대신 창업… “도피 아닌 도전입니다”

장기불황·코로나 좁아진 취업문...꿈·직장 포기하고 돌파구 찾아
올 상반기 청년 창업, 17.5%↑<2019년 比>

“우리 가게 오세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젊은 층 사장님이 늘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부천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류아영씨(26)와 수원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민호씨(29)가 각각 활기찬 모습으로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김시범·윤원규기자
“우리 가게 오세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젊은 층 사장님이 늘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부천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류아영씨(26)와 수원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민호씨(29)가 각각 활기찬 모습으로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김시범·윤원규기자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청년들의 창업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신규 창업자의 2030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아울러 편의점, 카페 등 다양한 업종에서 청년층의 창업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일보는 5일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자영업에 뛰어든 청년 사업가들을 조명하고, 이들이 늘어나는 원인과 이로 인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청년 창업은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입니다”

4일 오후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국대갈비 식당. 한 눈에 보기에도 앳된 젊은 청년이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중국어 교사가 되고 싶다는 부푼 꿈을 갖고, 올해 2월 번듯한 수도권 대학원의 중국어 교육학과까지 졸업했다는 김민호씨(29)는 지난 달부터 식당 사장님이 됐다. 코로나19로 자신이 전공한 중국어 관련 시장에 대한 열기가 가라앉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창업을 결심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창업도 쉽지 않았다. 김씨는 그동안 방학마다 학원강사로 일하며 모아둔 3천만원과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받은 3천만원으로 이곳에 50㎡정도 되는 작은 가게를 임대했다. 직장이 없어 제 1금융권 대출은 받기 어려웠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에도 직접 참여했다. 김씨는 “월급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지만, 설 자리가 줄어 노력을 해도 꿈을 이루기가 어려웠다”면서 “나이가 먹기 전에 뭐라도 해야한다는 마음이었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힘들 일을 기피하고 경직된 조직 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MZ 세대의 성향도 청년층 창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부천시 상동에서 아오커피를 오픈한 류아영씨(26)는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다. 수도권 대학의 조리학과를 졸업한 류씨는 호텔의 조리사로 취업하며 취업의 문턱을 넘었지만, 강도 높은 노동에 비해 받는 보수가 너무 적어 일을 그만뒀다. 이후에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가는 곳마다 모든 일을 잘하는 ‘팔방미인’이 될 것을 요구했다. 류씨는 그런 자격이면 차라리 창업을 하는게 낫다는 판단에 직접 카페를 차리게 됐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월매출 1천만원이 넘는 어엿한 청년 사업가가 된 류씨는 “남들은 어린 사장님이라고 하지만 일찍 시작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서 “취업이 어렵고 여력만 된다면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좁아진 취업문턱을 넘지 못한 MZ 세대가 자영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만의 돌파구로 창업을 택하는 모습이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상반기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청년층의 전체 창업 수는 25만7천877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 21만9천407건보다 17.5% 늘었다. MZ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취업난이 가속화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MZ 세대의 창업 증가세는 기업의 신규채용이 위축되고 청년층 단기일자리 비중이 높았던 업종들의 장기 불황으로 취업난에 몰린 청년층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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