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늬만 특례시 안돼, 사무 권한 법제화 이뤄져야

100만명 이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특례시’ 승격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원·용인·고양·창원시는 내년 1월13일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맞춰 특례시로 승격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무·조직 관련 지자체 권한을 부여하는 정부 발표는 감감무소식이다. 관련법 개정 절차도 예상 시기보다 늦어지면서, 자칫 명칭만 바뀌는 ‘무늬만 특례시’가 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주민이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되고,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돼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외쳐 온 ‘지방정부의 꿈’이 이뤄졌다고 환호했다. 법 개정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는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게 됐다. 준(準)광역시급 위상이다.

하지만 이후 특례시와 관련해 진척된 것이 없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대도시 등에 대한 특례 인정’ 조항만 있을 뿐, 특례시 권한은 명시되지 않았다.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행정안전부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특례시 사무 권한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이에 4개 특례시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들은 지난 3일 ‘성공적이면서 실질적인 특례시 출범’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특례시 출범 전 최소한의 특례권한이 부여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지방분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지방분권법은 제41조에서 지역개발채권 발행, 51층 이상 건축물에 대한 허가 등 100만명 이상 대도시(특례시)에 대한 사무 특례 9건을 규정하고 있다. 4개 시는 관광단지 지정 및 조성계획 수립,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사무, 산업단지 개발 등 16가지 핵심사무를 특례시로 이양하도록 해당 조항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례시로 바뀌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부 차원의 정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빠르게 정리돼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홍보도 할 수 있는데 행안부의 움직임은 답답하다. 무엇보다 행안부가 특례시가 받는 역차별을 고민않고 있는 게 문제다. 그냥 이름만 특례시로 바뀌어 속 빈 강정으로 출범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권한 없는 특례시는 의미가 없다. 100만명 이상 인구에 걸맞는 행정ㆍ사무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재정분권도 강화돼야 한다. 도시 규모에 준하는 행정수요를 반영하고, 맞춤형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에 걸맞는 권한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실질적·성공적 특례시를 위한 법제화를 서둘러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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