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노인인력개발센터서 '직장 내 괴롭힘' 불거져

인천시, 피해직원 분리조치 안해

인천시 노인인력개발센터의 한 직원이 A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호소하며 수기로 쓴 업무 일기장. 이 일기장에는 ‘순간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A회장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김민기자

인천시의 공직유관단체인 ‘인천시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일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터져 나왔다. 시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도 피해 직원의 분리 조치는커녕 관련 진정서를 접수할 때까지 정식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시에 따르면 센터의 A회장이 직원들을 괴롭힌다는 내용 등으로 이뤄진 진정서를 지난 3일 접수한 데 이어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 위한 절차 등을 이날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진정서에는 A회장이 직원들에게 “쌩지X 해놓고서도 이 정도밖에 못 했느냐” “치매 걸린 사람처럼 하잖아” 등의 모욕적인 언사와 비속어·반말 등을 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다.

특히 일부 직원은 A회장의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정신과 진료를 받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시는 이미 지난달 25일 진정서와 유사한 내용의 민원을 통해 A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인지했다. 당시 시는 피해 직원에 대한 유선상 연락을 토대로 A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진술 역시 확보했다. 하지만 시는 진정서를 접수할 때까지 9일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시의 태도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의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조사 기간에는 피해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분리 조치를 해야 한다. 더욱이 센터는 공직유관단체로서 시가 회장의 임명권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까지 갖고 있어 근로기준법상의 조치를 해야 하는 실질적인 사용자다.

A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은 시가 분리 조치와 조사 착수를 미루는 사이에도 계속 발생했다. 진정서는 A회장이 민원 접수 이후인 지난달 26일 일부 직원에게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업무를 지시했다는 주장 등도 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먼저 A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 민원을 접수한 이들이 교육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내일(5일)까지 피해 직원의 보호 조치를 마무리한 직후 감사관실 등 관계부서와 협의해 바로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한편, A회장은 진정서와 관련해 “해당 직원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센터 내 직원의 업무 처리 및 태도와 관련해 앞뒤 사정이 있다”고 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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