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유수지 퇴적토 준설 2년째 방치…저어새 생존 위협

인천 남동유수지에 쌓인 퇴적토를 퍼내는 사업이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2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그동안 남동유수지의 저수율은 80%대로 떨어지면서 침수방지 등을 위한 당초 목적도 잃고 심각한 악취 발생, 심지어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1988년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방재시설로 만든 남동유수지에 대한 준설 사업을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시는 오랜 기간 쌓인 퇴적토로 남동유수지의 저류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다 이로 인한 악취까지 발생하는 탓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했다. 남동유수지의 저수용량은 320만1천991㎥이지만 현재 46만2천621㎥의 퇴적토가 쌓여 저수율이 86%에 머문다.

여기에 하루에 7만㎥의 승기천 유지용수가 유입하면서 평상시 수위도 내부 기준보다 높은 상태다. 이 때문에 비가 올 때 하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에 보내고 나머지 하수를 하천 등의 수역으로 방류하는 시설(우수토실)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유수지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현재 4.59m인 평상시 수위를 1.39m 이하로 낮춰야 한다. 또 퇴적토로 인한 악취 민원까지 발생하고 있어 준설 사업이 시급하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남동구가 196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남동구는 국비 확보를 위한 기초단계인 남동유수지 일대에 대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당연히 국비 신청 등의 행정절차를 밟지도 못했다. 국비는 총 사업비의 50%까지, 시비는 25%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행정안전부가 유수지 정비를 위한 준설은 물론 유지관리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고 의견을 낸 만큼, 퇴적토 준설에 머무는 현 정비계획으로는 국비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또 만약 국비를 확보하더라도 남동구에서 사업비를 부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남동구는 배수유역별로 연수구와 미추홀구에 구사업비 중 각각 27.7%, 18.3%의 배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동구 관계자는 “기초단체에서 2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가 나서서 사업을 추진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러는 사이 멸종위기종이자 인천 깃대종인 저어새도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5월과 7월 갑작스런 호우로 100마리가 넘는 저어새 새끼들이 비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남동유수지가 인천 최대 저어새 서식지이지만, 준설 사업이 늦어지며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우선 지구지정 절차를 밟은 뒤 정비계획을 세워 행안부와 구체적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며 “준설 사업이 시급한 만큼, 남동구와 협의해 가능한 빨리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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