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백령도를 평화의 섬으로

오랜 노력 끝에 백령공항 건설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앞으로의 절차가 순조롭다면 2027년에는 지금처럼 4시간 반이 아니라 1시간 정도면 그 섬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에다 접근성까지 좋아지면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고, 인천시에서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발전전략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00A0>

숙박, 관광, 레저 등의 틀을 포함할 연구용역에, 다른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것 말고 ‘인천백령도만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지향을 담으면 좋겠다. 서해 최북단, 아름다운 생태적 공간이면서도 전쟁의 공포가 공존하는 곳, 남북관계에 따라 일상이 흔들리는 곳, 백령도는 세계 그 어디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짙게 경험할 수 있는 섬이니 말이다. ‘인천평화선언(2011)’에 이은 ‘인천평화미술제(2011-2013)’가 백령도를 껴안았던 것도 그런 이유이고, 이번 정부의 <문화비전 2030>에 ‘한반도의 평화를 여는 문화의 섬 프로젝트’가 백령도인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백령도의 의미와 가치는 평화, 그리고 그 평화를 안착시키는 것이리라. 그래서 분단 이후 가슴 졸이며 살아왔던 모든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00A0>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우선 국내외 예술가들이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머물며 작업하는 레지던시를 만들면 좋겠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값비싼 미술관을 갖는 것보다, 세계에서 예술가들이 몰려들게 하는 것이 더 장기적이고 파급력 높은 성과를 만들 것이다. 아름다운 생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자연, 하지만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대조적인 현실은 예술가들에게 아주 매력적이다. 백령도의 자연과 역사와 삶은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짙게 때론 옅게 기록될 것이다.

이런 작품이 우리의 감각과 마음과 정신을 흔들어 평소 무심히 지났던 분단과 평화를 다시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 자연이 빚어낸 황홀한 작품을 만나는데 하루, 예술가가 만든 매혹적인 작품을 만나는데 또 하루, 편하게 오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도록, 백령도의 매력에 푹 빠지도록 말이다. 시간과 작품이 축적되면 세계적인 평화선언의 장으로 ‘인천평화예술축제’ 같은 것을 열면 좋겠다. 그래야 북한과의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고 남북의 작가들이 함께 모일 상징적 공간을 찾을 때 당연히 인천, 당연히 백령도가 되지 않겠는가. <00A0>

백령도를 평화의 섬으로, 남북을 넘어 전 지구적 평화의 구심점으로,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인종과 생명이 존중받는 곳으로 만들어보자. 모든 인천시민이 평화도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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