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물치도 조형물 논란

‘물치도(勿淄島)’라고 하면 어디 있는 섬인지 모르는 인천시민들이 여전히 많을 것 같다. 그 대신 “월미도에서 바다를 바라볼 때 영종도 옆에 보이는 작은 섬”이라고 알려주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작약도(芍藥島)’라고 답할 것이다. 물치도는 작약도의 원래 이름으로, ‘대동여지도’ 등 조선 후기에 제작된 각종 지도에 그렇게 나와 있다.

이 물치도가 언제, 어떤 이유에서 작약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1930년대에 어떤 일본사람이 섬을 사들인 다음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말만 전해져 왔다. 그가 멀리서 이 섬을 보니 그 모양이 작약꽃(함박꽃) 봉오리와 같아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작약도라는 이름은 이보다 수십여 년 전 기록에 이미 나타난다.

한 예로 1896년 9월6일 일본군이 인천항 일대를 조사하고 자신들의 외무차관에게 그 내용을 알린 ‘인천항 정황보고(仁川港情況報告)’ 문건에 보면 “러시아 군인들이 작약도에 상륙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따라서 이 섬의 이름을 ‘작약도’라고 지은 것은 그 이전의 누군가 다른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물치’는 대개 ‘밀물 때 들어오는 바닷물이 섬을 치받는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 우리말 ‘물치’를 한자의 소리만 빌려 쓴 것이 ‘勿淄’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 섬 주변의 물살이 무척 거세니 이 해석은 꽤 그럴 듯하다. 하지만 ‘물 + 치’라는 단어 구성이 어색하다. ‘치받다’의 ‘치’는 ‘위로 향한다’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인데, 우리말에서 접두사가 말끝에 붙는 단어 구성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사연 때문에 ‘인천시 지명위원회’가 지난해 5월 ‘작약도’라는 이름을 ‘물치도’로 바꾸어 공고(公告)했다. 20여 년 전부터 계속된 ‘물치도 이름 되찾아 주기 시민운동’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물치도는 아직 시민들에게 그다지 익숙한 이름은 못 되는 것 같다. 한번 굳어진 이름은 이처럼 고치기가 영 쉽지 않다. 강화도 마니산의 원 이름 ‘마리산(머리산)’을 되찾아주자는 시민운동이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것처럼.

이 물치도에 관할 동구청이 2억원을 들여 동구와 물치도를 표현하는 글자 조형물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치도가 동구에 있는 유일한 섬임을 알리고,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도 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흔한 대규모 조형물 설치보다는 나무가 무척 많아 ‘우디 아일랜드(woody island)’로도 불렸던 이 섬의 생태와 환경을 되살리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어렵게 제 이름을 되찾은 물치도 자신이 가장 좋아할 결론이 나오기를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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