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소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재판 지지부진
피해 회복 안됐는데 주요 피의자는 보석 석방
피해액만 따져도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 평가되는 수원 전세사기 사건이 수년째 해결 국면을 맞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재판마저 1심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9년 봄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일대에서 ‘대규모 원룸 전세사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인근 G 타운에서 곧 수도가 끊길 거란 소식이 전해지면서였다.
당시 오랜 기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소송을 걸자, 임대인의 가족이던 관리사무소장의 계좌까지 함께 동결됐고 수도 요금이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엔 교육공무원 출신 변모씨(60)가 있었다. 소장은 그의 동생, G 타운 건물 10채의 소유주는 누나ㆍ동생 등이었다.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며 그해 8월 다수의 피해자는 수원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변씨는 대출을 낀 상태에서 건물을 지은 뒤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했고, 다시 보증금과 대출로 건물을 늘려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중 일부 지점에서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대규모 사기 행각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무원 출신 피의자, 공인중개사 딸 동원
수원 삼성전자 인근 등 ‘깡통 건물’ 28채
피해자 수백명 ‘피눈물’…피해액만 480억
변씨가 소유하거나 관여하던 건물은 총 28채로 집계됐으며, 특히 이 근방에서 활동하면서 피해자를 끌어모았던 공인중개사는 변씨의 딸로 드러났다. 변씨의 딸은 지난 2017년 초부터 집중적으로 전세 재계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자를 기망하는 행위가 있었는가’를 따져야 하는데, 피해자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문제의 건물들은 죄다 ‘깡통 전세’였다. 건물 자체에 수억원대 저당이 걸린 상태에서 각 호실은 모두 전세 또는 월세로 내줬으니, 그야말로 빚덩이 건물인 셈이었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던 피해자는 공인중개사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고지받지 못한 채 ‘멀쩡한 건물’인 줄 알고 전세를 들어왔고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봤다. 3차 소송단까지 오며 피해자대책위원회 모인 피해자는 총 452명, 피해액은 자그마치 48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지난해 1월 사기 등 혐의로 변씨를 송치했고, 검찰은 곧바로 그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같은해 4월 수원지법 형사11단독 심리로 첫 공판이 열린 데 이어 최근까지 스무 번에 걸친 재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재판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길어지는 사이 담당 판ㆍ검사가 바뀌었고 변씨는 올해 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해자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권준오씨는 “재판에 넘겨진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1심 진행 중이고, 임차인 입장에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수사 기관은 물론 관련 기관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변씨에 대한 스물 한 번째 공판은 22일 오후 4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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