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찰의 문제가 여성 경찰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로 번지고 있다.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문까지 나온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와 직장인 비공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경에 대한 혐오적인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그 여경이 테이저건 빼앗긴 다음에 현관문을 닫고 도망갔다고 한다”며 “이게 K-여경(우리나라 여경)의 현실”이라는 가짜뉴스를 확산시키키도 했다.
경찰청 내부 직원 조차 “여경들 대부분은 쓸모 없는 사람이 많다”며 “맨날 꿀빨고(편하게)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글에는 경찰청 다른 직원들의 긍정적 호응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여경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거나 여경을 모두 내근직으로 바꿔야한다는 등의 반응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여경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인천지역에서 수사 경찰로 일하고 있는 여경 A씨는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보다 여경 자체에 대한 혐오만 하고 있어 솔직히 속상하다”며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게 처음으로 후회됐다”고 했다.
지역 내 남성 수사 경찰인 B씨는 “여경이라서가 아니라 경찰이라서 그들(현장 출동 경찰)의 행동은 분명 큰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 “동료 여경들 중에 책임감을 갖고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사람들까지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경찰 내부의 여경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점검하는 한편 공권력 자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여혐·남혐 문제가 경찰조직으로 투영되는 문제와 공권력의 소극적 태도가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 관리자가 여경 혐오가 조직 내부로 번지지 못하도록 관리하면서도 물리력을 과감히 쓸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부 교수는 “체력 부분에서의 선발 기준을 남녀 모두 동등하게 바꾸고, 이미 선발한 여경들도 체력차를 좁혀가기 위한 훈련 등을 병행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논현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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