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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경기] 용인시 ‘청년 귀농 창업인’ 러브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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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경기] 용인시 ‘청년 귀농 창업인’ 러브콜 결실

고령화로 시들어 가는 처인 모현읍·백암면 등
아이디어·패기·열정 똘똘뭉친 新농군들 맹활약

지난 2019년 농산물 가공제품 상표 ‘용인의 소반’으로 제품을 출시한 농가들이 제품 특징과 제조과정 등을 홍보하고 있다. 용인시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도ㆍ농복합도시라는 특성상 용인에서 농업은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분야다.

농업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 생명과 식량안보, 환경보전과도 직결된다. 특히 요소수 대란에서 보듯 특정 국가에 과도한 의존은 식량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농업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요성과 별개로 농촌의 현장은 환갑이 지난 이가 청년회장을 도맡아야 할 정도로 고령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용인시는 농촌에 젊은 인력을 유입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처인구 모현읍, 백암면 등 농촌 곳곳에서 청년들이 발로 뛰며 활력을 불어넣는 등 용인의 농촌은 달라지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패기로 용인의 미래 농업을 이끄는 청년 농부들을 소개한다.

다온의 박태양 대표(왼쪽), 박소라(누나, 가운데), 박태광(매형, 오른쪽) 씨가 산양삼 재배장을 살펴보는 모습. 용인시

 

■산뜻한 포장과 다양한 제품으로 건강식품 고정관념 깨는 데 앞장

처인구 백암면에서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며, 직접 사육한 흑염소를 가공해 진액을 파는 정진욱·이정아 부부. 이들이 운영 중인 네이버 스토어에서 구매자들의 리뷰만 3천38건. 소비자들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에 달한다.

흑염소 하면 건강원에서 내린 진액을 마시는 어르신들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부부는 청년이 만들고, 청년이 마시는 흑염소 가공 음료를 목표로 산뜻한 포장과 다양한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첫해 매출 7천만원을 시작으로 올해는 연매출 1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는 등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천300여㎡(700여평) 농장에서 자연 방목한 흑염소 200마리는 항생제도 투여하지 않고 정성스레 기른다. 농업기술센터, 한의사, 요리연구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힘을 합해 만든 비결로 진액을 정성껏 내린다.

정씨 부부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용인시농업기술센터의 막후 지원이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정진욱씨는 “창업 초기 폐사율이 높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폐사율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며 “특히 국립축산과학원의 흑염소 전문가를 초빙한 맞춤형 컨설팅이나 시에서 판로를 확대해준 롯데백화점 특별기획전 등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용인지역 청년농업인들이 직접 수확한 쌀과 고구마 등 농산물을 백군기 용인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에게 전달하고 있다. 용인시

■대를 이어 수삼 재배…누이ㆍ매형과 함께 뛰는 청년 농업인 가족도 눈길

처인구 백암면에서 수삼을 재배하는 박태양씨는 아버지 박세봉씨부터 대를 이어온 청년 영농 후계자다. 매형 박태광씨도 용인에 내려와 수삼 재배를 거들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보자 의기투합하면서 직접 홍삼을 가공해 건강음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족이 힘을 합해 발로 뛰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이 운영 중인 ‘다온’은 삼 재배부터 가공까지 가능한 용인에서 유일한 업체다.

첫해 매출 5천만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7억원, 올해는 현재까지 6억원을 달성하는 등 열 배가 넘게 성장했다.

박태양 대표는 “다온의 성장세는 시에서 운영 중인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의 지원을 치켜세웠다.

■고가 장비 이용할 수 있는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에 러브콜 잇따라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는 시가 지난 2015년 설립한 곳으로 용인시 가공식품 상표인 ‘용인의 소반’을 운영하고, 관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한 레시피 개발부터 가공 제품 생산과 패키지 디자인 등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어, 농업인들의 호응이 높다.

시는 지난 8월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 장비 운영 매뉴얼’을 발간해 보급하는 등 농업인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물밑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농산물가공지원센터가 홍삼음료, 잼, 침출차 등 3개 유형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관리(HACCP) 인증을 취득해 일본, 싱가포르 등에 수출길이 열렸다.

지난해 5월부터 HACCP 인증 준비를 위해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를 리모델링하고, ‘생산농업인 HACCP 4단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10개월간 집중적으로 관리한 까닭이다.

 

지난해 4월 백군기 용인시장이 처인구 이동면의 버섯농장 ‘파머스드림’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용인시

■아낌없는 지원 속 청년 창업농 성장세 두각

용인시는 보다 많은 청년 귀농 창업인들이 용인에 터를 잡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기본 소양 교육도 이어오고 있다.

시는 올해 만 18세 이상 39세 미만의 영농 경력 3년 이하 청년 농업인 16명에 영농정착금을 지원했다.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 농가에 경영 안정,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지역 사회에 잘 융화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젊고 유능한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농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농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등 얻을 것이 더 많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청년 창업농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강소농 경영개선 실천 교육’, ‘귀농 창업 지원 과정’ 등이다.

귀농 창업 지원 과정은 지금까지 누적 수강생 159명으로 귀농인들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보답하듯 청년 농업인들은 지난해에도 자신들이 생산한 250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기탁하고, 무료 급식시설에 김장 김치를 전달하는 등 지역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시는 지난 11일 열렸던 제26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농업인 대상에 청년 농업인 분야를 신설하는 등 청년 농업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용인의 미래 농업과 청년 농업인들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백군기 시장은 “사회적 농업이 사회적 약자의 돌봄ㆍ교육ㆍ고용 창출에 톡톡히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농업이 단순한 먹거리 생산에 머물지 않고 6차 산업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생산활동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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