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달라도 음악은 하나잖아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울림이 있는 피아니스트를 기대해주세요.”
지난 13일 열린 금호영재콘서트에서 한 학생의 당찬 독주회가 주목받았다. 17분에 달하는 프란츠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부터 바흐, 쇼팽, 차이콥스키의 곡들까지. 1시간 10분가량 대가의 곡이 때론 담대하게 때론 화려하고 정교하게 에너지와 감정이 흘러넘쳤다. 예원학교 올해 신입생인 1학년 중 가장 먼저 금호 무대에 오른 이서은양(14)이다. 이 양의 무대는 마치 영화 대여섯 편이 이어지듯 희비극이 선율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힘이 넘쳤다.
이번 무대로 정식 데뷔한 이 양은 피아노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 대평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중학생 언니, 오빠들과 함께 오디션을 치러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 독주회에 올랐다. 첫 데뷔 무대이지만 연주가 끝나고 “설?다”라고 밝힐 만큼 당차다.
이 양이 피아노를 시작한 것은 여섯 살 때다. 우연히 집 근처 피아노 학원을 지나가다 소리에 끌려 엄마 손을 잡고 피아노 학원에 들어갔다. “너무 어려서 조금 더 있다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학원 선생님은 수업 첫날부터 이 양에게서 남다른 재능을 느꼈다. 2년씩 걸리는 학습 진도도 6개월 만에 습득했다.
이 양은 “일곱 살에 우연히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공연을 직접 보고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면서 “피아노 칠 때가 아직은 가장 행복하고 새로운 곡을 배울 때면 짜릿할 만큼 전율이 오른다”고 말했다.
그저 피아노가 재밌어 시작한 배움이었지만 이 양은 단연 눈에 띄었고 두각을 드러냈다. 일곱 살부터 콩쿠르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모든 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열 살 되던 해에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영재아카데미 오디션에도 단번에 붙었다. 이듬해 예술의 전당 가을영재 콘서트에 최연소로 무대에 올랐고 5학년 때 독일 할레 유로뮤직페스티벌에 참가하며 외국인들 앞에서 공연하며 환호를 받았다. 올해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1년에 한 번씩 오디션을 진행해 선정하는 문화예술 장학생에 뽑혀 3년가량 후원받게 됐다.
나이는 어리지만, 가슴에 품은 꿈과 포부는 당차다. 쇼팽 콩쿠르 진출 등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가슴이 따뜻한 연주가가 되는 게 목표다. 이 양은 “가족 중 음악가가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아빠가 음악을 좋아하실 뿐 음악을 전공하거나 하시는 분은 없다”면서 “음악가가 없는 가정에서도 저처럼 음악가를 꿈꾸는 누군가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재능을 베푸는 따뜻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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