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聖君)은 어질고 덕이 뛰어난 군주를 일컫는다. 동양권에서의 성(聖)은 서양에서처럼 종교적 거룩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완전한 경지를 일컫는 말에 가깝다. 또 군주라는 것 자체가 특정 무리들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집단에서, 이 국가를 이끌어 나가며 구성원인 국민들을 효율적으로 다스리고 국가의 보호 하에 편안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업이다. 따라서 성군이라 함은 전술한 군주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군주, 즉 군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라 할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성군에는 오르지 못한다. 성품은 어질지만 정치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단지 ‘인군’으로 불리며, 더 나아가 정치를 심각하게 못할 경우 어진 성품마저 덮어버리며 ‘암군’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정치를 잘해도 윤리적인 문제가 있으면 역시 성군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명군’에 머물고 말 것이다.
군주제(입헌군주제 포함) 국가에서의 국가원수가 군주라면, 오늘날 공화제(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국가원수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의 권한뿐만 아니라, 국가원수의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기에, 군 통수권을 보유한다.
이렇게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 동시에 국민에 대한 봉사자, 이를 좀 강하게 말하자면 국민의 종복(從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성군으로서의 대통령’은 어떠해야 할까? 위의 성군의 예로 들자면, ‘어질고 능력있고 존경받는 대통령’이라 함직하다.
내년 3월9일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미 여야 각당의 후보가 정해져 치열한 경쟁중이다. 과연 우리는 ‘성군으로서의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차치하고 ‘자랑스런 대통령’이라도 뽑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난망이다. 지금의 여론은 ‘차선의’ 대통령, 더 나아가 ‘차악’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말이 횡행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사람이 마땅히 갖추고 행해야 할 5가지 덕목으로서 유교의 핵심적 가르침이다. 공자는 인을 중시했고, 맹자에 이르러 인과 의를 중시하고 인의예지의 네 가지 덕목을 인간 본성의 4덕이라 하여 성선설(性善說)의 근거로 삼았다. 한대(漢代)에 이르러 동중서가 4덕에 신의 덕목을 추가하여 인의예지신에 목금화수토를 연결시키고 오상(五常)의 개념을 완성했다. 어질 인, 옳을 의, 예도 례, 슬기 지, 믿을 신이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마땅히 갖추고 행해야 할 5가지 덕목, ‘인의예지신’. 사람, 일반 국민도 그러할진대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은 어떠해야 할까?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이 이 덕목들을 완벽히 갖추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그에 가까운, 그에 가까이 갈 가능성이 많은 후보를 뽑으면 될 일이다.
‘성군으로서의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인의예지신의 ‘자랑스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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