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역사 내 폐쇄회로(CC)TV 대부분이 정부 권장 성능의 3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역사 내에서 200여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인천도시철도 1호선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등 역사 내 CCTV 687대 중 659대(95.9%)가 저화질(41만화소)이다. 41만화소는 근거리 외에는 정확한 사물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지하철 범죄 발생 시 용의자 식별 등이 어려워 수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의 기술기준상 영상감시설비 카메라의 권장 화소는 130만화소 이상이다. 권장 품질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인천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이달 초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열차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승객의 신고를 받고 CCTV를 확인했지만, 저화질 영상으로는 용의자를 식별하지 못했다. 결국 CCTV가 아닌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용의자를 찾아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통한 용의자 특정이 어려워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경우에는 검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소한 도난신고도 CCTV 화질이 낮아 수사에 막대 행정력을 쏟고 있다”며 “지하철 내 범죄가 끊이지 않는 만큼 시설 개선을 통해 수사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의 CCTV가 열악한 이유는 지난 1999년 개통 당시 설치한 저화질 CCTV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개통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역사 내 CCTV 757대가 모두 200만화소로 권장 기준보다 고화질이다.
특히 인천도시철도 1·2호선에서는 최근 3년간(2018~2020) 절도·성범죄·폭력 등의 범죄가 719건이나 발생해 CCTV 화질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역사노후화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내년에는 역사 내 CCTV를 고화질로 개선할 방침”이라며 “승객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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