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 투입 시설 대대적 개선… 화장장 ‘승화원’ 유족 별도 참관공간 조성
친환경 근조화 도입·3단 화환 단속 노인 일자리… 행안부 적극 행정 ‘우수상’
“슬픔만 가득한 장례식장보단 고인(故人)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연화장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수원도시공사(이하 공사)가 장례식장ㆍ봉안시설ㆍ화장장인 수원시연화장(영통구 하동)의 시설을 이번 달 안으로 개선, 더 나은 추모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사는 지난해 5월부터 추진한 이 사업에 총 360억원을 들여 추모객의 편의를 돕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소규모 화훼업체 상생 등 공공성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어두운 공간’에서 ‘편안 공간’으로…저렴한 비용에 예약율 100%
1일 오후 2시 연화장 내 지상 1층 장례식장 로비.
회색 벽면에다 어두운 조명 등 다른 장례식장과 달리 연화장 장례식장은 밝은 조명과 외부 조경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을 갖춰 마치 예식장 같은 분위기였다. 2층에는 나혜석대전의 입상자 미술 작품이 걸려 있었으며 빈소 밖 공간마다 소파가 비치돼 있어 유족들이 개인 추모객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원도시공사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연화장 장례식장을 리모델링한 결과물이다.
‘무거운 분위기’라는 장례식장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족과 추모객이 편안한 공간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억할 수 있게 인테리어를 바꾼 것이다.
여기에 공사는 연면적 5천362㎡의 장례식장을 7천980㎡으로 확장, 로비 공간을 넓혔고 10실의 빈소를 12실로 늘렸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를 유치해 방문객의 편의를 제공할 뿐더러 기존과 달리 지하주차장과 장례식장을 직접 연결해 이동 동선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추모객 김대엽씨(47ㆍ가명)는 “유족과 창밖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오히려 더 많은 위로를 해준 것 같다”며 “마치 예식장과 공원 같은 곳인 데다 분위기마저 편안해 고인을 더 기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사는 유족들을 위해 빈소마다 샤워실ㆍ화장실을 설치했고 상황에 따라 빈소 2개를 합칠 수 있게끔 두 곳에 가변형 벽면을 세웠다. 각 빈소엔 키오스크를 설치해 유족들이 실시간으로 음식 주문 사용 금액을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장례지도사를 모두 배치했다.
이 때문에 올해 장례식장을 대관한 유족 10명 중 6명은 상조회사 대신 공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최다 수준이다. 아울러 사설 장례식장의 60% 수준 등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에 빈소 예약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
■제2추모의집 등 2단계 사업 연내 완료…추모객 편의 도모
공사는 화장장인 승화원 리모델링, 실내봉안시설인 제2추모의집 신축 등 2단계 사업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공사는 9기의 화장로, 8개의 분향실을 갖춘 승화원의 면적(기존 2천140㎡→2천250㎡)을 늘렸다. 그동안 화장 절차가 이뤄지는 동안 승화원 내 휴식공간이 없어 유족들이 불편을 겪었던 만큼 몽골텐트 형태의 야외 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춥고 더운 날씨에도 유족들은 고인이 화장로로 입관하는 과정을 건물 밖 유리창을 통해 봤던 점을 감안해 승화원 내 별도의 참관 공간을 마련 중이다.
이와 함께 공사는 연면적 3천90㎡ 규모, 2만3천기의 봉안함이 들어갈 수 있는 제2추모의집을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 4개의 실내 제례실을 만들어 유족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고인에 대한 제사를 지낼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환경 보호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앞장
연화장과 관련한 사업은 시설 개선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사는 이번 장례식장 리모델링에 발맞춰 3단 근조 화환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친환경 근조화 정착을 위한 오브제를 추진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단 근조 화환은 플라스틱, 스펀지, 폐나무 등 다량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데다 높이 235㎝ 등 큰 부피로 복도를 협소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조문객과 화환이 뒤엉키는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에 공사는 도내 최초로 길이 180㎝ 내외의 화환 받침대를 빌려주고 있다. 받침대에 화환을 걸게 하는 구조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폐기물 역시 발생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3단 화환보다 들어가는 꽃의 수가 적어 소규모 화훼업체도 이를 납품할 수 있는 등 기회의 다양성을 열어줬다는 평이다. 여기에 3단 화환 반입을 단속하는 시니어 인력의 활용 여부를 내년에 결정하는 등 노인 일자리 창출을 고심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으로 공사는 행정안전부의 적극 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이상 無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 사태에도 공사는 단 하루도 연화장을 폐쇄한 적이 없다. 국내 코로나19 첫 발생 이후인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총 100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이곳을 찾고 있으나 단 한 차례의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공사는 보다 철저한 방역 활동을 전개해 시민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연화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채수목 수원도시공사 연화장사업소 소장은 “단순한 장례시설의 기능을 넘어 시민이 언제든지 편하게 찾는 연화장을 조성하겠다”며 “사계절 테마가 있는 연화장에서 더 나은 장례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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