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관계, 따뜻하고 보살핌이 있는 안식처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때론 버겁고 불편하기도 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족에 대해 지니는 이상은 비슷하나 개개인이 가진 그 안의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반도문화재단의 아이비라운지 갤러리(Ivy Lounge)가 오는 26일까지 선보이는 <돛: Great Comfort(이하 ‘돛’)>展은 이러한 가족에 대한 고찰을 동시대 시각예술가들의 시선으로 담아내 눈길을 끈다.
서정배, 손윤원, 황민규 등 3인의 30ㆍ40대 젊은 작가들은 저마다 지닌 가족에 대한 기억을 돛에 담담하게 풀어냈다.
캔버스에 어두운 유채로 철저히 고립된 듯한 인물. 서정배 작가는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로운 개인의 처절한 감정을 그의 작품 ‘멜랑콜리’에 녹여냈다. 전시장 속의 작은 집 구조물은 작가의 작업 연장 선상에 놓여, 관람객은 각자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다. 사람과 함께 있어도 느끼는 고립감. 혼자 일 때와 누군가와 함께 일 때 어떤 것이 더 안락함을 주는지, 무엇이 진짜 외로움인지(‘Truth’) 생각해보게 한다.
황민규 작가는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봤다. ‘N포세대’로 일컬어지는 동시대 청년들의 일상적인 감각을 경계가 모호한 몽타주 형식으로 드러냈다. 작가가 단채널 비디오와 프린트로 드러낸 작품은 어딘가 쓸쓸하고 허망하다. 불안한 주거 제도와 가족 정책, 이에 방황하는 세대.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터전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한다.
손윤원 작가는 탄생으로 인한 새로운 생성을 주제로 한다. 최근 작가가 직접 경험한 임신과 출산을 다뤘다. 작가의 신혼집 발코니를 재현한 입체작품 ‘신혼집 발코니’를 매개 삼아, 초음파를 통해 태아와 교감한 감각을 사운드 작품 ‘몸 속의 몸’으로 이어진다.
특히 사운드 작업 ‘몸 밖의 몸’은 작가가 육아 중에 겪은 세밀한 감정을 주변의 소리에서 영감받아 텍스트로 옮기고서 작가의 음성으로 변환해 눈길을 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료작가 안드레아스(Andres G. Vidal)는 전달받은 손 작가의 음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창작해 회신했다. 이들이 창작한 사운드는 새 생명과 소멸을 공유한다.
작가들이 표현한 돛은 외롭고 허공을 부유하고 고립됐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부여한 이상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작가들은 낙담만 하지 않는다. 불안한 청춘을 닮은 황민규 작가는 방황하는 세대의 감성에서 가족을 바라보지만, 디지털 프린트로 표현한 작품 ‘brighter day’에서 희망을 엿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유빈 기획자의 말에서도 이러한 반전을 읽을 수 있다. “돛을 족쇄로 또 날개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그러한 의지 또한 ‘용기’라는 점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주위에 돛을 족쇄처럼 여기는 개개인에는 보내는 위로다.
전시장을 찾은 직장인 김인규씨(29)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작가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가족을 다양한 예술작업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면서 "'가족'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결코 가볍지 않게 울림있게 풀어낸 작품들의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이지은씨(34)는 "여러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개개인이 가족에 대해 가진 여러 의미와 느낌을 알 수 있었다"면서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입체적이고 다큐멘터리를 본 것처럼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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